‘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소문일지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풍문은 믿고 싶고, 사실일지라도 거북한 내용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심리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드라마가 동남아에서 한류를 일으키고, K-POP이 유럽에까지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쉽게 흥분하지만 우리 생활속에 스며든 다문화에 대해서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수천년간 단일민족을 이루어온 대한민국에 있어 다문화사회는 불편한 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는 시내에서 차도르를 두른 외국여성을 쉽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정부의 지원아래 설립된 다문화센터도 여기저기 볼 수 있다.
국내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국내 총 인구의 3%인 150만명에 이르고,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이 1천만명에 육박하고, 최근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의 약 40%가 다문화 결혼이라는 예기가 들리고 있을 정도이다. 다문화사회는 우리사회의 모습으로 굳어지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도 대한민국의 풀뿌리인 중소기업에서 다문화사회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피부색깔이 다른 외국인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는 사업주가 한둘이 아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신청을 위해, 고용지원센터에서 수일간의 노숙도 마다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있을 정도이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취업한 곳은 국내근로자가 기피하지만, 금형, 주물, 도금 등 타 산업의 발전에 영향이 큰 뿌리산업인 경우가 많다. 일이 힘들기 때문에 청년유입이 원활하지 못해 고령화된 뿌리산업에서, 외국인근로자는 청년인력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근로자 관련 획기적 조치를 내 놓았다. 체류기간 만료로 출국하는 외국인근로자가 자기 국가에서 특별한국어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는 경우 다시 한국에 입국해 기존 업체에서 근무할 경우 체류기간 4년 10개월을 다시 인정해주는 ‘재입국취업자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또한 석?박사 이상의 외국인력 등에게 부여한 체류기한에 제한 없는 E-7(특정활동) 비자를, 중소제조업체에 취업한 비전문취업(E-9) 외국인근로자에게도 개방하는 ‘숙련기능외국인근로자 체류자격변경제도’도 선보였다. 양 제도는 중소기업의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 장기고용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써, 외국인력의 단기 로테이션 정책을 표방했던 기존 외국인근로자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세계 최고로 낮은 출산율, 높은 대학진학률과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감안할 때, 다문화사회와 마찬가지로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의 장기체류도 시대흐름이다. 혹자는 남북통일시 북한인력의 외국인근로자와의 대체 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통일이 되어도 외국인근로자와의의 대체가 쉽지 않은 분야가 많다.
국내에서 상당기간 체류하여 기능을 습득한 외국인근로자가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출국하는 경우, 기능인력 유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생산력 저하 등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기능인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의 출국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외면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라면,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영주권을 감안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선발시부터 일정학력, 기능을 구비한 자로 외국인근로자 선발을 한정하고, 국내에서 취업시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는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를 선별하여 영주권 등을 부여한다면, 외국인근로자의 무분별한 사업장 변경 경향에 억제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영주권 허용,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때이다.
최용식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에스에스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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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