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김성식, 정태근. 두 사람은 한때 여권내 쇄신을 작동시키는 두 축이었다.
김 의원은 정책쇄신, 정 의원은 정치쇄신에 방점을 찍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쇄신을 추동해왔다.
황우여 원내체제 출범 이후 김 의원은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대·중소기업 상생방안 등 일찍이 여권에서 볼 수 없던 획기적 정책들을 내놨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은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포퓰리즘으로 치부했고, 정·관·재계를 잇는 기득권의 단단한 카르텔은 관성의 동력이 됐으나 거침없는 그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인적쇄신으로 대표되는 정치쇄신 전선을 이끌어왔다. 권력투쟁의 소용돌이는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였다. 정두언 의원과 맞춘 호흡이 때론 그에게 독이 된 이유다. 정권교체 일등공신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냉정히 등을 돌렸고, 이후엔 재창당을 주장하며 박근혜 현 비대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두 사람이 퇴장(탈당)하면서 당의 쇄신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초선 쇄신파 모임인 민본21 활동도 사실상 종료됐다. 정두언 의원은 최근 기자에게 “지금 쇄신파가 어디 있느냐. 모두들 박 위원장 한마디에 깨갱하는데”라며 “쇄신은 죽었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두 사람이 차지한 비중이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새누리당의 쇄신에 대해 논했다. 28일 본지 사옥내 아르떼홀에서 진행된 ‘권순욱의 정치토크’에 대담자로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먼저 친정의 새 정강·정책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평가에 앞서 “정말 지난 4년 너무 힘들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이른바 MB 노믹스와 무지하게 싸웠다”고 소회했다. 지난 의정에 대한 힘듦이 담겨 있었지만 “소신껏 부딪혀왔다”는 말처럼 후회는 없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되면서 정강·정책 핵심이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로 가닥 잡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말은 ‘정말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의 연장이었다.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당 민주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김 의원은 “국민은 정당이 민주화되고 실권자나 권력자,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소신껏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를 원한다”며 “그 점에선 아직도 시험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1인체제와 정당 민주화, 다양함의 수렴은 분명 배치되며 국민은 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이 김 의원을 부연했다. 그는 “국민 시각이 제일 중요하다. 흡족하게 변화했다고 평가하진 않을 것 같다.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보다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의원 역시 “지금이라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4년 국정에 대해서 진솔하게 국민에게 털어놓고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던 정당 현실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특히 “여전히 많은 의원들이 의사를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중심 되는 권력에 익숙하게 당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은 친이 중심이 당연하다는 풍토였고, 지금은 비대위 중심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가 당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그냥 당론 따라서, 실권자 따라서 정당 활동하고 국회 활동할 거라면 국회의원 3~4명만 있으면 된다. 새누리당 1명, 민주통합당 1명, 진보적 정당 1명, 그렇게 하면 된다”며 당론에 구속되지 않고 양심과 국익에 따른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다양함을 담을 그릇으로서의 정당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또 “진정한 정치개혁의 출발은 비대위를 통한 한 번에 제대로 된 집중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타성으로부터 혁명적 변화를 해야 한다. 청와대 호루라기 따라다니고 이래선 정치개혁이 안 된다”고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