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농협이 2일 창립 51년 만에 새 조직으로 거듭났지만 해결해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수익성은 물론 농협의 특성상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시중 은행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금융지주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농협 앞에 펼쳐진 커다란 '산'이다.
◇1중앙회, 2지주 체제로 '새출발'
2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에서 출범식을 가진 농협은 경제와 금융부문을 나눠 각각의 지주회사가 맡아 운영하게 된다. 하나의 중앙회 밑에 두 개의 지주사가 생긴 셈이다.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던 신용, 농업경제, 축산경제, 교육지원 부분 등 4개 조직을 2개의 법인인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나눠 계열화했다.
여기서 농협 금융지주는 자산 240조원의 5대 금융지주사가 된다. 지역 조합까지 합칠 경우 자산은 450조원에 이른다.
<시중금융지주사 자산 비교>
(단위 : 조원, 작년말 기준)
금융지주사 밑에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이 신설되고 기존 투자증권과 자산운용, 투자선물, 캐피탈은 금융지주에 편입된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농협은행은 점포 수가 1172개로 독보적인 1위다. 단위 조합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원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 분야에서 농협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 체질개선 않으면 도태
농협금융지주는 시중은행과 곧바로 경쟁하게 된다. 동시에 회사로서의 수익성과 농업인을 위한 공공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이 PF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느리고 내부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봐왔다”며 “조직 문화를 바뀌지 않으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이런 문화 때문에 작년 말 기준 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규모는 1억1900만원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의 2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 동안 보호를 받아왔던 정치권과 정부라는 '우산'을 걷어낸 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금융의 핵심인 전산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작년 4월 최악의 전산사고를 겪은 농협은 이후에도 4차례나 비슷한 사고가 잇달았다. 그 때마다 “전산시스템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농협 전산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 "농민 이익 대변해야"
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신충식 농협지주회장 겸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의 뿌리는 농업ㆍ농촌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원칙과 강점을 계승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조화시키는 성장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참여정부 때 처음 논의된 농협의 신경분리 취지 역시 ‘금융에서 돈을 벌어 농업인을 지원하고 경제지주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또 이번 신경 분리를 위해 국민 혈세 5조원이 자본금으로 투입됐다. 농협금융의 수익성이 아닌, 농민 지원의 공공성을 고려한 지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인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팀장은 “군사정부 하에서 탄생한 농협은 공기업 성격이 강해지면서 자율성이 약화됐다”며 “농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거듭나고 농민의 경제사회적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