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경영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

퇴임 후 "하나고ㆍ청라 이전 신경쓸 것"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로 3.0 시대 열렸다"

입력 : 2012-03-04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2일 "하나금융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7년간 금융권에 몸 담았던 김승유 회장은 오는 22일 퇴임을 앞 두고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계획과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일들을 소회하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퇴임 후 하나고등학교와 하나금융 본사의 청라 이전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 "이젠 경영에 간섭할 생각 없어"
 
김 회장은 "하나고등학교 학생들이 이제 내년에 대학을 처음 가는 만큼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봤으면 좋겠다"며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하나드림타운'에도 계속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했다. 최근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 때문이고 예전에도 한 차례 사외이사를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 내정자의 하나금융 경영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회장은 "1971년 시작된 하나금융에 내 이름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심부름 해 달라' 하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며 "백의종군을 결정한 만큼 경영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기 하나금융 사장, 하나은행 행장과 관련해서도 "김정태 회장 내정자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 "론스타와 딜 깨질까 노심초사"
 
김 회장은 "이제 하나금융의 3.0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탄생이 1.0, 서울·보람은행 인수 등이 2.0이라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이제 '3.0시대'가 열렸다고 본 것이다.
 
김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잘 키우는 것"이라며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을 참고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는 론스타의 고배당 논란이 불거진 작년 7월이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론스타는 기습적으로 배당을 결정해 외환은행 순익의 5000억원을 한꺼번에 빼갔다.
 
김 회장은 "작년 3월말 계약을 6개월 연장했는데 중간에 (론스타가) 대폭 배당을 해버렸다"며 "이 문제로 저희가 상당히 언짢게 해서 그때 정말 이 딜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에 사무소가 있는 론스타가 중국에서 전화를 걸 때는 "론스타가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켕겼다"고도 전했다.
 
거래 상대로서 론스타에 대해서는 "외환은행의 리스트 매니저(위기 관리)는 잘 했으나 은행업을 너무 단기간으로 봤다"며 "사모펀드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 이슈에도 금융이 관심 가져야"
 
외환은행과 관련해서는 "은행 전산(IT)과 카드는 빨리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며 "이해 관계자와의 조정을 통해 (양 측의 통합에) 5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추가지분 매입과 관련해서는 "차기 회장이 할 일"이라고 일축했고,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 임금 조정 문제에 대해 "외환은행의 임원 구성(80%)이 높다보니 하나은행(50%)과 비교해 평균 임금이 높아 보이는 것"이라며 "성과급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업시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금융산업은 '화폐'라는 공공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익적인 성격을 띈다"며 " 기업시민주의에 입각해 여러 사회적 이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이 고령화, 다문화가정 등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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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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