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주택대출 수요가 줄었고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단, 최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감소로 추세가 전환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계대출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주택가격 급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집값 하락·원리금 부담..가계대출 두달 째 감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와 신한, 기업,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 대출 잔액은 303조7869억원으로 전월대비 139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2278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은 오히려 2959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1월 2조8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두달 연속 수요가 줄어들었다.
가계대출 수요가 부진한 데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택대출 수요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예금은행의 주택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5조281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80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8월 8.5%였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9월 8.2%, 10월 8.2%, 11월 7.7% 12월 7.6%로 5개월 연속 둔화했으며 급기야 올 1월에는 감소로 돌아섰다.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돌파하면서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된 점도 주요 요인이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가구소득은 6.3%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그보다 세 배 이상 많은 22.7% 급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과 원리금 상환부담, 실질소득 감소 ,물가 상승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세 전환은 글쎄..연착륙 위해 속도조절 필요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주범은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이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감소 추세가 본격화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과 신용조합 등을 포함한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3~16%대로 예금은행의 증가율 5%대의 두배를 웃돌았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지난해 대출 수요가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했다"며 "전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감소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이 급격히 줄게 될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경우 잠재요인이었던 부실 대출이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때는 모기지 대출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것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화의 초기단계로 볼 수 있다"며 "급격히 감소할 경우 주택가격 급락과 부실대출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