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원내 '빠지고' 비리 원외 '채우고'

입력 : 2012-03-08 오후 5:01:45
[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공천을 둘러싼 민주통합당 내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9가지의 공천심사기준을 결정했다.
 
금고형 이상을 받은 비리 전력자에 대해 심사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른바 도덕성의 잣대였다.
 
당 관계자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는 성범죄자 등도 배제한다는 기준을 추가한 2010년 기준을 그대로 가져왔다"며 "사안별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하도록 돼있고 과반이상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천이 진행되고 후보별로 다른 결론이 나오면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비리 전력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청목회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최규식 의원과 교비횡령 사건으로 2심까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강성종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공천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공천갈등의 시발점은 임종석 사무총장이었다.
 
당 지도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그를 공천했지만, 공천을 반납해야 한다는 압박의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임 사무총장이 공천되면서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기준도 애매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노, 486 출신에게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친노 인사인 이화영 전 의원도 강원 동해·삼척 후보로 확정됐다.이 전 의원은 제일저축은행과 현대차그룹 측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3차 공천발표에서 이부영 전 의원도 서울 강동갑 경선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의원은 제이유그룹 사건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6일 발표된 5차 공천발표는 공정성 논란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신계륜 전 의원이 서울 성북을 공천을 받은 것이다. 그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당시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기도 했다.
 
신 전 의원은 대부업체인 굿머니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반면 지난 2005년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던 한광옥 전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탈락했다.
 
문성근·이용득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에 불만을 표출하며 당무에서 손을 뗐다. 
 
당 관계자는 "개별 사안들로 보면 공천에서 되는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불만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수용할 부분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컨설팅업체 이윈컴 김능구 대표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며 "곤경에 처하게 된 출발이 임 사무총장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임 총장을 임명했다는 것은 검찰의 피해를 받았던 민주당이라도 성격이 다르다"며 "공천이 파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각각 세력과 계파에 따라 흔들리면서 공천의 감동이 사라져버렸다"며 "계파·밀실공천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임 총장의 자기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도 "공천 개혁이 어렵다고 예상됐던 것은 새누리당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공천은 변화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임 사무총장을 비롯해 공천장을 받은 비리 혐의 후보들의 사퇴를 전망하면서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했다. 이어 "임 총장의 사퇴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이미지는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 84%는 임 사무총장이 공천을 반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토마토가 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국회 출입 취재기자 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4.3%에 해당하는 107명이 임 총장의 공천 반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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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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