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앵커: 정부의 ‘약가 일괄인하’를 둘러싼 제약업계와 정부간 법적다툼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6000여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를 오는 4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약가인하를 막아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제약 담당 조필현 기자와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어제 일성신약이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 금지 가처분’ 행정소송을 냈죠. 제약사라면 약을 만들어 공급하는 게 주된 일인데...제약사들이 법원을 찾았네요!
먼저 일성신약이 법원을 찾아간 이유가 뭡니까.
기자: 지난달 28일이죠. 복지부가 오는 4월1일부터 올해 1월1일 이전 건강보험에 등록된 총 1만4000개 품목 중 6500여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일괄 약가 인하 고시를 확정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중 가장 먼저 일성신약이 ‘약가인하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 법원을 찾은 겁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그렇다면 복지부의 ‘약가 일괄인하 정책’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죠. 본격적인 약가인하 얘기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8월12일이었죠. 복지부는 예고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전격 발표합니다. 이날이 8월12일 이어서 제약업계는 ‘8·12 제약업계 죽이는 약가인하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계단식 약가인하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기존 약가의 80%을 적용하고, 1~5번째 복제의약품에 대해서는 68%, 6번째 복제의약품에 61%, 7번째 복제의약품에 55%의 약가를 산정하는 계단식 약가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이런 계단식 약가인하 방식을 일괄 약가인하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기존 80% 인하 하던 것을 70%로 10% 더 내렸고, 복제의약품 등록 순서와 상관없이 최대 53%까지 약가를 깎습니다.
쉽게 말하면 100원 신약이 있다면 그간 순서대로 약가 인하를 적용했는데, 이런 단계를 거치 않고 단번에 최대 53원까지 약가를 깎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약을 만들고 있는 제약업계로서는 당연히 반발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단계적인하에서 일괄인하로 약가인하 방식을 바꿨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약가인하 방식을 바꾼 이유가 뭡니까.
기자: 2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약가인하로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4월부터 약가가 본격 인하되면,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돼, 전체 약품비 약 1조7000억원의 절감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건보재정에서 1조2000억, 본인부담 5000억원 정도입니다.
앵커: 이제까지는 정부의 입장이었구요. 제약업계 입장도 들어보죠. 정부의 이런 방식에 제약업계는 우리나라 제약사 100여년 만에 제약인 총 궐기대회를 하면서 강력 반발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11월 ‘무자비한 약가인하를 재검토’하라며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총 궐기대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약협회는 ‘일괄 약가인하가 아닌 산업 수용이 가능한 단계적인 약가인하’를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협회는 단계적 인하가 필요한 이유로 ▲고용불안 흡수 ▲R&D 투자확대 등 산업체질 개선 등을 내세웠습니다.
앵커: 이런 연장선에서 제약사들의 본격적인 약가인하 줄 소송이 시작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제 국내 제약사중 가장 먼저 일성신약이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일성신약의 경우 윤석근 사장이 현재 제약협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주와 다음주까지 다른 제약사들의 줄 소송도 예고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약가인하 반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한 제약사는 100여개쯤 됩니다.
제약사들의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은 늦어도 이달내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될 약가 일괄인하는 행정소송 본안에 대한 결정이 나올때까지 보류되게 됩니다.
앵커: 이번 가처분 신청이 어떻게 결정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 약가인하와 관련한 집행정지 처분 사례를 볼때 법원이 제약사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작년에 정부가 내놓은 '약가연동제', 이건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약값을 깎는다는 내용인데요, 당시 제약사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인바 있습니다.
이 건은 아직까지 본안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건은 제약업계 쪽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제약사들이 일괄 약가인하는 산업을 고사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명분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 제한된 시장에 300여개의 제약사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약가인하를 계기로 산업과 업계가 크게 재편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