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비례대표 의원들의 수난기다. 여야 할 것 없이 단수공천 외에 공천장을 손에 쥔 비례 현역들이 전무하다. 수난을 넘어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19대 공천에 맞닥뜨린 비례대표들의 현주소다.
새누리당의 경우 30명의 비례대표 의원 중 13일 현재 공천이 확정된 이는 단 5명에 불과하다. 김성동(서울 마포을), 김정(서울 중랑갑), 정옥임(서울 강동을), 손숙미(경기 부천원미을), 이정현(광주 서을) 의원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불출마를 선언한 8명을 제외한 나머지 비례대표 의원들은 경선에서 탈락했거나 경선에 오르지도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비대위와 공천위의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자력 한계를 절감했다.
15명의 비례대표가 포진한 민주통합당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날 전현희 의원이 서울 강남을 경선에서 패하면서 김진애(서울 마포갑), 김유정(서울 마포을) 의원과 낙천 동지가 됐다.
이들 모두 여성 가산점을 배정받았음에도 전·현역들이 버틴 지역조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민경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조직, 동원선거 결과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앞서 공천이 확정된 김상희(경기 부천소사), 전혜숙(서울 광진갑) 의원은 단수공천 덕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계파 안배 성격이 짙다.
김학재(경기 안산단원갑), 안규백(경기 군포) 의원은 공심위의 단수공천 결정으로 경선 기회조차 부여잡지 못했고, 김충조(전남 여수갑) 의원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비례대표 의원들은 불출마로 선회했다.
김유정 의원은 “차로 실어 나르는데 한명숙 대표가 와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직선거의 실상을 비판했고, 타 의원들은 “장벽을 친 지역 전·현역들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자체가 무모했다”고 말했다.
직능 대표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된 비례대표제가 당권에 따라, 게임의 룰에 의해 제 길을 못 찾고 퇴행되고 있다. 한때 당의 인재라며 극찬 끝에 영입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구조적 모순을 극복 못하고 퇴장하고 있다.
19대에 들어설 비례대표들의 운명도 4년 뒤엔 엇비슷한 처지에 놓일 게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