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맞은 공인중개사

거래급감에 넘치는 경쟁자들.."대리운전까지 해야 먹고 산다"

입력 : 2012-03-19 오후 3:15:31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요즘 여기서 문닫는 중개업소 찾는 거 어렵지 않아요. 한 때 권리금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곳인데 임대료도 못내니 나가야죠. 권리금은 당연히 포기해야죠. 이걸로 돈 벌어 먹고 살기는 끝난거 같아요."
 
부동산1번지로 불리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의 하소연이다.
 
거래는 급감해 운영비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형 중개 법인의 업무영역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어 골목 중개업계가 고사직전에 있다.
 
한국 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된 회원수는 8만4000여명. 하지만 2월 전국 주택거래건수는 5만5000여건. 중개업소 1곳 당 주택 1채를 거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침체기 수도권 중개업소를 지탱해 주던 전월세 등 임대차 계약까지 줄면서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수도권 임대차 계약은 5만2600여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9% 줄었다. 특히 강남3구의 경우 10.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리운전까지 하는 중개업자도 있다며 "월임대료만 400~500만원이다. 매매는 커녕 전월세 거래도 없는데 안되면 문 닫아야지 별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법인의 겸업 제한 폐지안은 중개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0일 대형 부동산 중개법인의 중개·금융·세무 등 '종합부동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형 빌딩 거래시 외국계 부동산회사가 수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중개업계의 경쟁력을 키워 업역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취지로 소규모 중개업계 진출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성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대치지회장은 "도입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열어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골목상권은 잠식당할 수 있다"며 "한미 FTA 통과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부동산시장에서 외국계 부동산 회사까지 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아진 중개업자도 중개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매년 1만~1만5000명정도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 하나에 중개업소가 몇 개인지 한번 봐라.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매년 1만명이 넘는 공인중개사가 배출되고 있다"고 적정 수준의 공인중개사 합격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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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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