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출신 첫 임원 배출한 거래소.."아직 갈길 멀어"

입력 : 2012-03-23 오후 6:16:04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한국거래소가 23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원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외부인사인 이창호 유가증권시장 본부장과 박종길 경영지원본부장이 물러나고, 내부인사인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인 최홍식 상무를 코스닥시장본부장에 앉혔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덕수 전 상근감사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임한 후 두달 가까이 비어있던 상근감사 자리에는 재정부 출신 김성배 씨가 오게 됐다.
 
최홍식 본부장보가 이번에 임원인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은 거래소 인사의 큰 변화다.
 
거래소는 그간 7석의 임원직을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넣어 '낙하산 인사의 천국'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7대 0 ' 오명 탈피
 
박종길 경영지원본부장과 진수형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김봉수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출신이다. 이창호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김진규 파생상품시장본부장 통계청에서 왔다.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도 재정부 출신이다.
 
지난해 3월 거래소 노동조합이 이른바 '7대 0' 플래카드를 내걸고 농성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김종수 노조위원장은 "김봉수 이사장 취임 이후 58년 생 이상을 모두 퇴직시킨 후 이제와서 내부에 인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거래소는 '7대 0' 조직이란 오명을 탈피하게 됐다. 이번에 유가증권시장본부장에 오른 최홍식 상무는 전형적인 KRXian(한국거래소 사람)으로 분류된다.
 
거래소는 기존 증권거래소(KSE),선물거래소(KOFEX), 코스닥(KOSDQ) 등 3개 기관이 2005년 통합되면서 한국거래소(KRX)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최 상무는 거래소 내부에서도 소위 '성골'로 분류되는 증권거래소(KSE) 출신이다. 입사 기수로는 22기로 거래소 내부에선 입김이 제일 센 기수로 꼽힌다.
 
경주고, 부산대, 워싱턴주립대 경영학 석사 출신인 그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국제부장, 해외사업추진단장, 경영지원본부장보를 역임했다.
 
◇그래도 '6대 1?'..감사는 역시 재정부 출신
 
거래소는 최 상무의 상임이사 선임으로 '7대 0' 오명은 벗었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상임감사는 이번에도 재정부 출신인 김성배 전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차지했다.
 
김성배 전 청장은 이날 전수희 후보와의 대결에서 참석주주수 81.69%의 지지를 얻어 감사로 임명됐다. 복수후보자에 대한 선임은 주주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로 실시했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행정공시 21기로 김석동 금융위원장(행시23기)보다 선배다. 재경부 국제협력과장, 관세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거래소 입장에선 김석동 위원장의 선배를 감사로 모시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 다만 김 신임감사가 거래소 조직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하는 것은 두고 볼 일이다.
 
앞서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덕수 상임감사는 이사장보다 넓은 사무실을 요구해 국정감사 당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거래소 노조 "최소 4대 3은 돼야"
 
거래소 노동조합은 '7대 0' 구도가 해소된 것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노조 측은 "대한민국 국회 또한 작년 9월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에서 당시 7대 0 구도의 부당성을 공식 지적한 바 있다"며 "오늘 내린 결정은 거꾸로 간 시계를 되돌려 놓기 위한 작업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소한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등 3개 시장의 수장만큼은 거래소 산업에 정통한 내부인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즉, 최소 '4대 3'은 돼야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6대 1로 변경됐다고 해서 거래소 등기임원의 비정상적 구도가 정상화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세계 거래소 산업 내 치열한 각축전을 고려할 때 거래소 사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수장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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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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