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박진아기자] 당초 올 1분기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던 정부의 시각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 같다는 기대감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다. 수출과 산업생산, 체감경기 모두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투자은행(IB)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가불안, 내수부진, 가계부채 문제 등 변수가 산적해 있어 경기 바닥론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정부, 경기바닥 지났다 '자신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들어 1분기 경기가 바닥을 지난 뒤 2분기에 회복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는 발언을 자주 쏟아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위험한' 자신감은 개선된 경제지표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 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지 한달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흑자 전환은 승용차(59.4%)와 석유제품(43%) 등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세가 확대된 데 기인한다. 특히, 선박(8.6%)과 반도체(5.7%)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디스플레이패널(-4.9%), 정보통신기기(-16.5%) 등은 감소세가 완화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양재룡 한은 경제통계국 부장은 이날 "3월에는 흑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예상하는 13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체감경기도 더디지만 개선추세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1로 전월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치인 100을 회복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BSI) 조사 결과도 기준치(100)에 근접한 99로 나타났다. 1분기에 77까지 떨어지면서 7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급반등한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얘기다.
물가도 지난해의 높은 상승률에 의한 ‘기저효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오고 있는 것도 정부와 당국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대목이다.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 커..경기 회복 ‘시기상조’
그러나 호조세를 보이는 경기지표들과는 달리,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경기 바닥을 점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유동성 공급 효과로 대외여건이 일부 좋아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며 "고유가 충격 등이 아직 실물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아 국내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에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예전에도 있어 왔던 현상"이라며 "지난해 연초에도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을 예상했다가 연말에 유럽발 재정위기 부각·미국 신용 등급 강등 등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일부 미미한 수준의 경기지표 개선으로 판단하기에는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12일 발표한 '경기, 국지적 저점 지나도 본격 회복 어렵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당분간 지표 호전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세계 실물경기 둔화, 고유가 등으로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지표 개선이 지난해 말 국내경기가 세계경제보다 더 빠르게 둔화한 데 따른 반등"이라며 "최근 지표들의 성장세도 전기대비로는 강하게 나타나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해보면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이 더욱 뚜렷해지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한 대외 부문에서의 소득 창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가 되는 소비도 아직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이 둔화된 상태에서 회복 국면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남성 의류, 휴대폰 등 일부 품목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판매동향을 보면 침체된 소비심리가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창배 부연구위원은 "작년 경제성장률은 3.6%, 민간소비 비중은 2.2%였는데 올해 민간소비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가계부채, 제자리 걸음인 임금 등 악순환의 경제 구조가 계속되는 한 경기 회복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