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②어린 생명 지켰건만..돌아오는 건 '미혼모' 손가락질

경제난에 사회적 힐난까지..'산 넘어 산'

입력 : 2012-03-30 오후 3:46:00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여성정책을 쏟아냈다. 그만큼 여성정책에 허점이 많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15~64세 여성 고용률은 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위치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여성 고용률이 65% 내외인 것과도 비교된다. 또 한국 여성은 아시아·태평양 국가 여성들 중 사회 경제적 지위가 '바닥'수준이라는 통계도 나오기도 했다. 여성 비정규직의 비율은 남성보다 높고, 임금에 있어서도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다. 현재 한국 여성들의 현 주소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여성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사회적으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뜻하는 '미혼모'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미혼모에 대한 인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혼자만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이 아닐뿐더러 '지르고' 도망치는 남자보다 더 책임감 있는 것이 미혼모이지만, 비난과 비판은 여성에게만 돌아오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적 비난과 맞서 싸우며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가기 '외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낙태·입양보다 나쁜 미혼모?
 
마트 쓰레기통에서 갓난아기가 숨진 상태로 발견되는 등 최근 영아 유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자마자 부모에 의해 버려진 아이가 올해 1월~3월까지만도 11명이나 됐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2건이던 영아 유기 사건은 2010년 69건, 2011년 127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원치 않은 임신과 경제적 상황 등의 이유로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부모들이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적·경제적인 울타리가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버릴 결심을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것이 두려워서다.
 
주모 씨(34세)는 "미혼모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은 것은 생명에 대한 책임과 도덕적 양심 때문이었다"며 "그럼에도 낙태를 하거나 아이를 입양을 보내는 것보다 현실은 수 백배 가혹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비난에 경제적 빈곤까지..미혼모 사회 최약층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고충을 담아 '슈퍼맘'이라고 부르지만, 이들은 미혼모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미혼모들은 대게 양육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사회적인 편견과도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모자가정이 양부모 가정보다 빈곤율이 약 3배 더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상대방 남자에게 양육비를 받는 미혼모는 12.7%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자리가 있는 '싱글맘'의 약 40%가 시간제 근로자며, 전체의 35.3%는 서비스·판매직에 종사한다. 월 평균 소득 50만~100만원 미만인 싱글맘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는 보건복지부 통계도 있다.
 
미혼모는 현실적으로 육아와 일을 동시에 담당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일에만 매달리 수도 없는 실정이다.
 
미혼모들은 이런 어려움도 감수할 각오로 아이를 낳았으나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미혼모 3년차인 이모 씨(28세)는 "애를 키우면서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것은 그래도 견딜만했다"며 "가장 힘든 것은 생명을 책임졌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이었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이 혼돈과 한계를 경험하며 극단적으로 자녀 양육을 포기하거나 유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은 '걸음마' 단계
 
통계청의 2010년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부모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159만 가구로, 10년 전에 비해 41% 늘었다. 특히 싱글맘 비중이 78%로 절대 비율 차지한다.
 
이처럼 한 부모 가족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과 지원은 제약적이다.
 
저소득 한 부모 가족이 지원을 받으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130% 이하로, 약 122만원 이하의 수입이 있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해당하면 자녀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아동양육비 월 5만원,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교통비와 학용품비 면목으로 연간 5만원, 조손 가족이거나 미혼모일 경우 월 5만원이 지원된다.
 
이밖에 건강보험료 경감보건복지부), 이동전화요금 감면(방송통신위원회), 임대주택 주거 및 전세자금 대출(국토해양부),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감면(지식경제부), 자동차검사수수료 감면(교통안전관리공단) 등이 이뤄지고 있다.
 
미혼모인 양모 씨(21세)는 "정부가 여러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원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다른 것보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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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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