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중소기업 전용증시 '코넥스', 실효성 의문

기관투자자 "투자대안 많은데 굳이 코넥스 투자?"
큰 인센티브 없으면 기관 움직이지 않을 듯

입력 : 2012-04-05 오후 3:03:07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코넥스 시장의 가장 큰 수혜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신설되는 시장을 관리·감독할 새로운 금융당국 인력과 기업공개(IPO) 경험이 있는 증권사 담당자가 아닐까요?"
 
조만간 신설되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코넥스)에 대한 A 증권사 IB팀 관계자의 자조섞인 목소리다.
 
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의 일환으로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코넥스, KONEX) 신설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당사자인 기관투자자들은 코넥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어, 정착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누구보다 정보 많은 기관, 누가 투자할까?
 
코넥스는 초기 벤처·중소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진입·퇴출요건, 공시의무 등을 대폭 완화했다. 자본시장법 상 전문투자자(금융투자회사, 펀드, 정책금융공사, 연기금 등)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개인은 원칙적으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만 허용된다고는 하나, 사실상 접근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곳에서 몇 안되는 기관투자자들이 마음편히 코넥스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은 어떤 기업이 투자적격 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해 개인투자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 기관들이 서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넥스가 초기 시장형성 단계에서 호가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단일가 경쟁매매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단일가 경쟁매매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는 동시호가와 같은 방식"이라며 "매매기업이 특별하게 좋은 기업도 아닐 텐데 왜 그런 방식을 채택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C 투신사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중소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니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며 "코넥스가 출범하면 정부차원에서 투신사나 증권사 등에 투자압박을 가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기관투자자 끌어들이기 쉽지 않아
 
지금도 기관투자자들은 비상장사에 대해 입맛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코스닥에도 진입하지 못한 기업에 몇 년 후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투자하는 예가 많다. 주식이 아니라 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코스닥에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조건 등을 달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 없다.
 
코스닥시장은 그나마 거래가 활성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주식 보유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반면 기관투자자만 대상으로 하는 코넥스는 코스닥에 비해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특별히 좋은 조건이 아닌 이상 쉽사리 자금을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코넥스에 진입하면 기관투자자의 눈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역차별'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D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지정 자문인에 대한 부분만 하더라도 코스닥이나 코스피 IPO로 남기는 증권사 수수료 이익이 훨씬 많을 것이 자명한데, 굳이 돈도 안되는 코넥스에 귀찮게 뛰어들겠냐"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코넥스에 지정자문인으로 참여하는 증권사에 해당기업의 주식보유 제한(5%) 기준을 완화하고, 유동성공급호가에 대한 거래수수료 면제나 주식 거래로 발생하는 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수입을 해당 증권사에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코넥스 상장 이후 일정기간을 경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코스닥 상장적격성 심사 및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게 웬만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 이상 코스닥에 투자하는 돈을 코넥스로 옮겨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에도 기관들의 투자가 한정적인데,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코넥스에 기관이 무슨 근거로 들어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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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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