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한·EU FTA에 이어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은 여전히 FTA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수출기업의 경우 관세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며 매달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신규 시장진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1년 중소기업의 EU 시장 수출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U 시장 수출 증가율이 18.9%로 전체 시장 증가율 16.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출 품목이 대부분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부품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고 매출 확대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성과공유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 중소기업의 자생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향후 중소기업이 직접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FTA 체결의 가장 큰 기대효과로 주목받았던 신규시장 창출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여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관세가 10% 떨어진만큼 수출이 늘어나는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기존 수출기업의 흑자폭만 늘어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중소기업이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해야 하는데 아무리 관세인하 요인이 있어도 물류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도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의 76%가량이 아시아권에 집중되있는 이유가 바로 이같은 물류비용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청이 FTA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협협회, 중기청 등은 최근 "FTA의 성과로 EU 수출시장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2년간의 통계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는 FTA가 체결되기 전인 지난해 1~3월과 0.1%p 차이에 불과했다.
또 FTA 관련 무역수지 통계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물품의 경우 자료 부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조차도 어려운 상태다. 즉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분석 및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오 연구원은 "향후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대결할 대상은 외국의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라며 "막강한 유통망을 지닌 글로벌 대기업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것인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중화학공업 비중이 높은만큼 유럽시장에 직접 수출이 어려워 판로가 막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애로 등에 대해 이렇다할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늘리려면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과 초기 단계부터 직면해야 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상담센터를 개설하는 수준의 지원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수출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FTA체결 이후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전문 인력 부족으로 특혜관세나 원산지 증명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미숙해 관세혜택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많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