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믿으라고?..신뢰잃은 'K-컨슈머리포트'

공정성 잃은 제품선정·평가기준 논란

입력 : 2012-04-13 오후 3:36:53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정부가 후원하는 상품비교 리포트인 스마트컨슈머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평가한 제품수가 너무 적어 공정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평가방식도 단순해 제대로 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K-컨슈머리포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체 운영을 이끌고 실제 품질 비교 정보 생산은 한국소비자원과 민간 소비자단체들이 맡는다. 소비자단체들이 공정위에 평가 제안서를 내면 심사해 예산을 지원해 준다.
 
◇등산화, 비교대상 선정 공정성 의문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지난달 21일 K-컨슈머리포트 1호로 K2·코오롱·노스페이스·블랙야크·트렉스타 등 5개 등산화 브랜드의 품질 비료 결과를 발표했다.
이 브랜드들의 일반용과 둘레길용 각각 5개 제품씩 총 10개 제품만을 시험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조사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장인정신을 내세워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은 아예 비교 대상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비교대상을 5개 업체로 한정한 뒤 제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각 회사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 아닌 회사의 대표제품을 추천받은 것이다.
 
한 등산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통보를 받고 특수재질로 만들어 높은 산을 오르거나 해외 트래킹용 등산화를 제출했다"며 "컨슈머리포트는 무게를 주요평가 기준으로 삼아 엄연히 용도가 다름에도 체급이 낮은 선수들과 비교당한 꼴이 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하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인력은 소비자원 자체인력 5명과 외부 전문위원 5명 등 10명이 전부였고 예산은 400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시도한 컨슈머리포트가 인력과 예산의 한계에도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등산화의 미끄럼·저항·내수성 등을 비교한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특정제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등 공정하지 않은 제품 선정과 평가 기준에 대한 비난은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변액연금보험..단순비교로 결과 왜곡 우려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을 발표한 금소연과 생명보험업계(생보혐)간 잡음도 만만치 않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지난 4일 현재 판매 중인 22개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상품 60개에 대한 상품 정보를 비교한 결과, 이 중 6개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실효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 3.19%에도 못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금소연의 실효수익률 산출 방식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계약체결비용, 계약관리비용, 위험보험료 등의 사업비를 차감한 후 펀드에 투입한 금액 중 수탁운용수수료와 기타비용을 공제했다. 이어 실제수익률에 입각해 각 상품의 실효수익률을 도출한 뒤 비교·평가했다.
 
생보협은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상품별로 판매시기와 운용기간이 천차만별인데다 사업비 역시 각기 달라 컨슈머리포트에서처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보험사의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최대 10개 펀드로 구성돼 있는데 컨슈머리포트는 이중 1개 펀드만으로 수익률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또 금소연이 수익률을 계산할 때 판매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현재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설정된 변액연금은 수익률이 낮고,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바닥권일 때 설정됐다면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조사결과에 대한 업계와 조사기관 간의 마찰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 공정위, 공신력 제고 위해 외국소비자단체와 공조
 
K-컨슈머리포트 1, 2호는 그동안 소비자가 구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공정위는 정보제공의 장(場)으로서 예산 확보 등 충분한 인프라 구축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최근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 소비자단체와 공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비교제품은 유모차로 영국소비자단체 휘치(Which)와 홍콩소비자단체 컨슈머카운실과 공동으로 품질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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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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