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꿈꿨던 두 남자의 상황이 일거에 역전됐다. 한 사람은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국회 입성에 성공했고, 한 사람은 거의 성공한 듯 보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삼킨 것이다.
영화같은 반전의 주인공은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과 이상규 전 서울시당 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통합진보당 은평을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맞붙었다. 각각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었다.
경선은 치열했다. 이 당선자가 쓴 당 홈페이지 게시판 글에 의하면 "투표 마지막 날 아침부터 아파오던 치통은 결과가 나오자마자 쑤셔대더니 아래웃니가 살짝 부딪혀도 비명이 나올 정도로 심하게 아팠"을 정도였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의 결과는 천 대변인의 승리였다. 이 당선자는 "미친 듯 뛰었기에 후회나 미련은 없다"며 "천호선 캠프 상임선본장으로서 천호선의 당선, 통합진보당의 승리를 위해 또 미친 듯이 뛸 작정"이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둔 지난달 23일 변수가 터졌다.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이정희 공동대표가 본선을 포기하고 사퇴한 것이다. 서울대를 졸업해 관악과 인연이 있는 이 당선자에게 급히 연락이 갔다. 은평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관악으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우위영 대변인은 "이정희 대표가 사퇴하면서 야권연대의 상징인 관악을에 야권연대를 위해 그동안 가장 많은 헌신을 해온 이상규 후보가 적임자임을 확인하고 대표단에 적극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상규 후보가 이정희 대표의 소임을 관악을에서 이어 받았습니다. 저와 멋진 당내경선을 치러내고 흔쾌하게 제 선거운동을 돕다가 당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갑자기 상임본부장이 사라져 황당하지만ㅎㅎ 꼭 승리하여 이정희 대표의 환한 웃음을 돌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이 당선자를 응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은평을과 관악을에서 야권단일후보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고, 지난 11일 그 결과가 나왔다. 천 대변인은 낙선했고, 이 당선자는 노회찬 대변인(노원병)과 함께 진보정당 최초로 서울에서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선거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에게 10% 가량 뒤지는 것으로 알려진 천 대변인은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와 기대를 높였다. 개표가 시작된 뒤에는 수시로 1위가 바뀌는 초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끝내 천 대변인은 1459표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이문용 정통민주당 후보가 가져간 2692표가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이 당선자는 개표 초반부터 승기를 잡고 앞서 나갔다. 그는 38.2%를 득표해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를 4.9%p 차이로 따돌렸다. 야권연대에 불복하고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김희철 의원은 3위에 그쳤다.
이 당선자는 "19대 국회에서 MB정권의 비리를 국정 조사 등을 통해 심판에 앞장서겠다"며 "서민의 정치, 새로운 정치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천 대변인은 "저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다른 것은 아무런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만큼의 지지도 개인으로선 과분하고 감사하다. 이곳 은평에서 이명박 정권의 심판을 마무리하지 못한 점이 국민들께 죄송스러울 뿐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겠다. 은평시민 여러분 감사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은평을 후보를 놓고 당내에서 경쟁했던 두 사람의 운명이 불과 한달여 사이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엇갈렸던 희비가 총선 본선에서 재차 뒤바낀 '운명'을 겪은 두 정치인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같은 사연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