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이런 내용을 믿으라고?..신뢰성 잃은 'K-컨슈머리포트'

입력 : 2012-04-13 오후 9:04:44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뉴스토마토 손지연 기자]
· 공정성 잃은 제품 선정·평가 기준 논란
· 등산화, 비교대상 선정 공정성 의문
· 변액연금보험..단순 비교로 결과 왜곡 우려
· 공정위, 공신력 제고 위해 외국 소비자단체와 공조
 
앵커: 정부가 후원하는 상품비교 리포트인 스마트컨슈머에 대한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평가한 제품수가 너무 적어 공정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평가방식도 단순해 제대로 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인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손지연 기자 나왔습니다.
 
스마트컨슈머, 일단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컨슈머리포트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품의 품질을 비교평가하는 리포트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이 컨슈머리포트를 참고하는데요. 미국의 경우,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체계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어마어마합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4에 수신불량이 있다는 컨슈머리포트의 평가에 휴가 중에도 돌아와서 대책을 마련했다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도 스마트컨슈머, 즉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라고 해서 K-컨슈머리포트라고도 하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체 운영을 이끌고 실제 품질 비교 정보 생산은 한국소비자원과 민간 소비자단체들이 맡아서 상품의 비교정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소비자단체들이 공정위에 평가 제안서를 내면 심사해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앵커: 네, 그런데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구요?
 
기자: 지난달 21일 한국소비자원은 K-컨슈머리포트 1호로 등산화를, 지난 4일에는 금융소비자연맹이 K-컨슈머리포트 2호로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상품비교정보를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가한 제품수가 너무 적어 공정성이 떨어지거나 평가방식이 단순해 제대로 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건데요. 일단,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는 이제 겨우 2호까지밖에 나오지 않아서 초기에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K-컨슈머리포트가 소비자들과 업계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지금까지 제기된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만큼 1,2호의 문제점들을 되짚어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앵커: 등산화 같은 경우는 뭐가 제일 큰 문제였습니까?
 
기자: 비교대상이 너무 적어서 제대로된 평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가대상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 부재도 문제였는데요.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K2·코오롱·노스페이스·블랙야크·트렉스타 등 5개 등산화 브랜드의 품질 비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브랜드들의 일반용과 둘레길용 각각 5개 제품씩 총 10개 제품만을 시험했는데요. 아웃도어 업계는 조사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특히, 장인정신을 내세워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은 아예 비교 대상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게다가 비교대상을 5개 업체로 한정한 뒤 제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는데요. 각 회사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 아닌 회사의 대표제품을 추천받은 겁니다. 한 등산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통보를 받고 특수재질로 만들어 높은 산을 오르거나 해외 트래킹용 등산화를 제출했다"며 "컨슈머리포트는 무게를 주요평가 기준으로 삼아 엄연히 용도가 다름에도 체급이 낮은 선수들과 비교당한 꼴이 됐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소비자원측은 "전수조사를 하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의 인력은 소비자원 자체인력 5명과 외부 전문위원 5명 등 10명이 전부였고 예산은 400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처음 시도한 컨슈머리포트가 인력과 예산의 한계에도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등산화의 미끄럼·저항·내수성 등을 비교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특정제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꼴이 되버리면서 공정하지 않은 제품 선정과 평가 기준에 대한 비난은 면키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2호는 변액연금보험이었는데요. 수익률 계산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는 지적이라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지난 4일 현재 판매 중인 22개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상품 60개에 대한 상품 정보를 비교한 결과, 이 중 6개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실효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 3.19%에도 못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금소연의 실효수익률 산출 방식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계약체결비용, 계약관리비용, 위험보험료 등의 사업비를 차감한 후 펀드에 투입한 금액 중 수탁운용수수료와 기타비용을 공제했습니다. 이어 실제수익률에 입각해 각 상품의 실효수익률을 도출한 뒤 비교·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는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상품별로 판매시기와 운용기간이 천차만별인데다 사업비 역시 각기 달라 컨슈머리포트에서처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보험사의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최대 10개 펀드로 구성돼 있는데 컨슈머리포트는 이중 1개 펀드만으로 수익률을 산출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금소연이 수익률을 계산할 때 판매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현재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설정된 변액연금은 수익률이 낮고,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바닥권일 때 설정됐다면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앵커: 네, 이렇게 조사결과에 대해서 업계와 조사기관이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려고 만든 상품비교 리포트가 오히려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따라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신뢰성과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정위는 정보제공의 장을 마련하는 입장에서 예산 확보 등 충분한 인프라구축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 소비자단체와 공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정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유모차로 영국소비자단체 휘치(Which)와 홍콩소비자단체 컨슈머카운실과 공동으로 품질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컨슈머 3호의 품목과 발표시기는 아직 미정인데요. 1,2호의 지적사항이 반영돼 좀더 정교한 리포트가 나올지 두고봐야겠습니다.
 
앵커:다음번 K-컨슈머리포트는 1,2호의 문제점들이 개선돼서 소비자에게 좀더 유익한 정보가 됐으면 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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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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