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확보로 여대야소가 유지된 19대 총선에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20대들의 정치 도전이 눈에 띄었다.
정치에 불신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던 청년들이 SNS와 '나꼼수' 등의 영향과 더불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8.1%에 불과했던 지난 18대 총선 20대 투표율이 이번엔 방송3사 출구조사 20대 투표율 45%, 서울지역 20대 투표율 64.1%로 크게 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20대들의 '각성'과 직결되는 '표심'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당들로 하여금 반값등록금·청년비례대표 등 예전에 없던 공약과 이벤트를 가능케 했다.
◇'박근혜 아이들' 새누리 이준석·손수조
새누리당은 지난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당을 정비하면서, 비대위원에 1985년생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영입해 이러한 움직임의 신호탄을 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하버드 출신이라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데뷔와 동시에 세간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력 및 병역과 관련한 비난과 질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비대위원은 트위터와 TV 토론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소신껏 발언을 이어가는 뚝심을 보였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에는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벌였다.
총선이 새누리당 승리로 끝나며 비대위 해체를 앞두고 있는 정국에선 논란을 빚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에 대한 출당을 요구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비대위원은 비대위 경험을 녹여 '어린 놈이 정치를?'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책에서 그는 박근혜 위원장 대선가도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과 교육감 도전 의사를 실어 정치를 계속할 것이란 의사를 내비쳤다.
새누리당엔 대선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맞선 '사상의 딸' 손수조 후보도 선거 내내 화제였다. 손 후보는 이준석 비대위원과 동갑이다.
손 후보는 낙동강벨트로 PK전선을 구축한 문 상임고문을 맞아 당차게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카 퍼레이드' 선거법 위반 논란, 3000만원 전세금 선거운동 공약 파기 등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손 후보는 여론의 비판섞인 관심 속에서도 완주했고, 개표결과 문 상임고문에 1만3000여표 차이로 낙선했다.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손 후보는 지난 17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에 제 역할이 필요하면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손 후보는 이와 함께 총선 평가 및 박 위원장이 대통령으로서 적합하다는 의견도 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침도 가했다.
이준석 비대위원과 손수조 후보 모두 공히 총선 이후의 정국에서 자신의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인 새누리당으로서는 20대 청년들과의 소통 채널로 이준석·손수조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도 여기 있다.
◇野, 20대 국회의원 배출 실패했지만.. 30대 정은혜·김지윤이 있다
야권은 경쟁구도의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20대 표심을 자극하는 전략을 택했다.
허나 결과적으로는 20대 국회의원 배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청년비례로 당선된 민주통합당 김광진·장하나 당선자, 통합진보당 김재연 당선자가 30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에 도전한 20대 후보들이 선거과정에서 각종 이슈를 만들며 화제를 일으켰고, 이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만 28세의 정은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얼짱'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체 27번으로 총선에 나섰다.
정 후보는 민주당이 21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하는 데 그쳐 국회 입성은 불발됐지만 "계속해서 정치를 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정 후보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부터 민주당 당원이었고 당선은 되지 못했으나 청년비례후보로 뽑혔기 때문에 그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광진 최고위원 등 당선된 청년 의원 및 청년 당원들과 청소년 정치캠프 등 다양한 참여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당활동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병행하며,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얼짱 후보'라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선 "망언이 아니라 저는 제가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솔직히 이미지 같은 면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에겐 정책이나 입법능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채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1984년에 태어난 김지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청년비례후보는 지난달 제주해군기지와 관련, '해적' 발언 파문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고대녀'로 유명했던 김 후보가 통진당 청년비례에 도전한 상태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는 글이 적힌 인증샷을 올린 것이 구럼비 폭파 논란과 맞물리며 큰 화제가 된 것이다.
해군은 즉각 반발하며 김 후보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김 후보는 "개개인 장병을 해적으로 비난한 것이 아니라 다수 주민의 반대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해군과 경찰의 행동을 해적이라고 풍자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김 후보는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보수언론이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해 이 문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군을 해적이라고 비판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냐는 지적에서 정당의 비례후보로서의 처신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김 후보의 높은 인지도를 짐작케 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김 후보는 통진당 청년비례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자신의 선거 슬로건처럼 "계속해서 99%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가 되겠다"고 강조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총선을 넘어 대선을 조준한 여야의 상황에서, 20대 신인 정치인들의 활약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