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태양광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세계 경기침체 등 지난해 업계를 짓눌렀던 대외 악재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정부마저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 축소에 나서면서 국내 최대 태양광 기업인
OCI(010060)마저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OCI는 18일 1분기 영업이익이 1018억8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급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905억9000만원, 당기순이익은 700억5500만원으로 각각 23%, 78% 줄었다.
OCI의 고객사들이 가동률을 낮춘데다 OCI도 덩달아 출하량을 감소시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여기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도 한몫했다.
태양광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난립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저가제품을 쏟아내면서 초과공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시장 조사기관 PV인사이트의 18일 폴리실리콘 가격은 24.66달러로 1년 전 78.5달러에 비해 69%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 원가의 마지노선을 25달러로 보고 있어 현 상황에서는 제품을 팔수록 손해다.
그나마 OCI와 미국 햄록, 독일 바커 등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사정이 좀 낫다. 현재 판매 가격이 28달러 전후로 알려져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업황 개선에 대한 뚜렷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5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선두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어 버틸만하지만, 저가든 고가든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방향은 일치한다"며 "OCI가 1분기엔 흑자를 냈지만, 2~3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일 정도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다른 태양광 기업들 역시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이처럼 태양광 업체들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비수기인 1분기 시장에 악재가 겹겹이 쌓였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은 3·4분기에 설비가 몰리고 1·2분기에 수요가 뜸한 전형적인 '상박하후' 구조다. 거기다가 세계경제 침체와 공급과잉 지속, 독일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 조기 시행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기까지 했다.
특히 근본적인 업황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의 중소형 태양광 업체들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돼야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퍼스트 솔라에서 인력 구조조정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신호가 나와야 과잉 공급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병화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태양광 가치사슬의 가격은 바닥에 거의 도달했으나 업황은 이와 다르다"며 "중국의 중소형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에서 사라지고, 국내와 해외에서도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이 이뤄지는 내년쯤 바닥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