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수도권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며 집 값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반면 전세값은 폭등하고, 여기에 집 가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등 주택을 둘러싼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결혼 시즌을 맞아 전셋집을 처음 계약하는 신혼부부라면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대출, 집값의 70% 넘어가면 피할 것
서울 송파구의 L아파트.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현재 3억8000만원이며 시가는 8억원 정도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채권 1순위로 6억86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액수가 시가보다 2억원 많다.
집주인이 만에 하나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쫒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채권 1순위인 은행이 6억8600만원에 대한 권리를 차지하며 순위가 늦은 세입자는 남은 1억14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8억원을 경매에서 다 받기는 힘들어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3.2% 떨어진 반면 전세값은 18.4%나 급등하며 이 같은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경매전문 컨설팅 북극성 오은석 대표는 "수도권 아파트는 대출이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대부분 대출을 낀 집인데 최근 매매시장이 안좋아 경매로 넘어오는 집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또 "담보가 많이 낀 집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값이 부담스럽다고 무턱대고 저렴한 전셋집을 계약하면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보증금과 대출이 집값은 70%를 넘어가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세권설정 힘들다면 빨리 확정일자·전입신고
전문가들은 담보대출 등 권리관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최대한 서두를 것을 조언한다.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전 집주인과 계약한 기한까지 살 수 있는 대항력이 생긴다. 공부상 다른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전입신고 및 점유를 한 경우 경매에 넘어 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 받을 때까지 살 수 있다.
확인일자를 받으면 순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세를 사는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대출과 전세 보증금 등 각 종 채권의 설정 순서에 따라 보증금을 먼저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성일 대치 지회장은 "집주인은 대출문제나 전전세 문제 등으로 통상 전세권설정을 잘 해주지 않는다"며 "때문에 나중에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빨리 진행해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