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상속재산 소송 건과 관련한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감정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삼성의 곤혹스러움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거침 없는 '작심발언'이 여론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할 때 상황은 이미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4일 서초동 삼성전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맏형 맹희씨와 누나 숙희씨가 내놓은 주장을 재반박했다. 선대 회장의 유산을 놓고 벌이는 형제 간 다툼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뚜렷히 알고 있음에도, 그의 발언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그만큼 신경은 날이 섰고, 입장은 확고했다.
이 회장은 "이맹희와 나를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 양반은 30년 전 나를 군대에 고소하고,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그 시절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했던 양반"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맏형 맹희씨를 가리켜 "우리 집에서 퇴출 당한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형제 간의 연은 없었다. 그는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장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며 "그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낸 꼴을 못 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이맹희씨가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할 상대가 아니다"며 "내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보던 양반"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누나 숙희씨를 향해서도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사랑받는 딸)였지만 결혼 이후 금성(현 LG)으로 시집가더니 같은 전자업 한다고 (시집에서) 구박 받았다"며 "그러더니 우리집 와서 떼 쓰고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이어 "그래서 아버지가 '이 둘은 좀 다르다. 각도가.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 아니다고 내친 자식이고, 숙희는 이건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니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 20년 전에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폭풍 발언이 전해지자 삼성은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 수습 방도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오너의 작심 발언인지라 마땅한 대응책도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소 흥분하신 것 같다"며 "작정하고 말씀하신 거라 말리지도 못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쪽이 노리는 여론전에 휘말리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강자, 특히 가진 자인 삼성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우려다.
이 회장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오종한 변호사는 "어차피 소송에서 해결될 사안이기 때문에, 또 개인 가족사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말하긴 그렇다"면서도 "다만 서로 간에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게 (밖에서 보기에)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난처함을 드러냈다.
오 변호사는 그러면서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화우(맹희·숙희씨 법률대리인) 측에 더 이상 휘말리진 않을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법률적으로 다뤄질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맹희씨 측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생각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이 회장이 말려든 것 같다"며 "사안이 확대될수록 잃는 쪽은 이 회장과 삼성"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