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정부가 저출산·육아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어린이집' 설치를 놓고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간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잇따라 직원 어린이집을 개원하며 직원 만족도 향상은 물론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에 한창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추가 개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저출산 상황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은 지점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어린이집 위치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법적 제약과 비용도 많이 들어 개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 어린이집 개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IBK고객센터 내 '참 좋은 어린이집' 개원식에서 "내년까지 (어린이집 개설)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일부 선별해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영유아보육법 14조에도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이거나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책銀, 직원 육아문제 해결 적극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서울 한남동에 '참! 좋은 어린이집' 1호를 개원했다. 총 886㎡ 면적에 최대 100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보육 수요를 감안해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한남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일산과 평촌, 대구, 부산 등 연내 10곳에 어린이집을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유경철 기업은행 직원만족부 팀장은 "직원 어린이집 개원에 대해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며 "연내 10곳을 개원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의 수요가 있고 적합한 장소가 나오면 향후 추가적으로 어린이집 개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이달 초에 'KDB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산은 본점 건물에 위치한 어린이집은 취학 전 직원자녀 9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보육을 실시한다. 또 시간제 보육프로그램을 도입해 맞춤형 보육서비스도 제공한다.
산은 관계자는 "직원 어린이집은 원하는 직원의 자녀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운영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일반 어린이집보다 장시간 운영해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달 5일 4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수출입은행 꿈누리 어린이집'의 문을 열었다
0~5세 이하 취학 전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은 보육시간이 밤 9시까지로 역시 일반 어린이집보다 운영 시간을 늘렸다. 특히 본점 내 어린이집 설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무실 공간까지 줄였다는 게 수은 측의 설명이다.
◇시중銀 "홍보는 좋으나 실효성 떨어져"
반면, 시중은행들은 직원 어린이집 추가 개원에 고심하고 있지만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점수가 많은데다 각지에 분산돼 있어 직원 어린이집을 한 곳에 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 어린이집을 설치하는데 많은 법적제약이 있는데다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하나은행은
대교(019680), 한국IBM,
POSCO(005490) 등 5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서초, 분당, 일산, 수지 등 4곳에서 '푸르니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추가 개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경기도 일산에, KB국민은행은 대전 콜센터에 각각 한 곳의 직원 어린이집을 운영중이다. 은행연합회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어린이집 외에 이들 은행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을 추가로 개원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암센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올 10월에 성수동 콜센터가 완공되면 추가로 개원을 계획 중이다.
우리은행은 서울시와도 제휴해 각 구청에 직원 어린이집을 개설도 협의하고 있다. 은행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을 개원하는 것보다 지자체랑 연계할 경우 직원들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지점이 흩어져 있어 직원 어린이집을 한 곳에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근에 유해업소가 있으면 안 되는 등 어린이집 만드는데 법적 제약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직원의 집과 어린이집간 거리가 멀 경우 동선상의 어려움이 은행 내 직원 어린이집 운용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시중은행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