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내년 4%대 성장과 균형재정을 목표로 세웠지만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경제성장은 당초 지난해말 전망했던 3.7%에서 3.5%로 하향조정해 눈높이를 낮췄지만, 내년에는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와 내수의 개선 등 완만한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4%대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24일 '2013년 예산 및 기금편성지침'을 발표하면서 "내년 균형재정 달성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예산편성지침을 펴면서 전제한 4% 성장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입여건은 어려운 반면, 세출소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재정 목표시점인 내년의 세입은 올해 경제상황이 반영된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경제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데다 하반기에 경기가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세입과 세출이 같은 균형재정 달성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균형재정은 현재의 통합재정수지 통계가 마련된 1978년 이후 본예산을 기준으로 2003년 단 한차례 밖에 없었다. 나머지 기간에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살리기를 위해 재정확대정책을 폈다가, 김대중 정부 마지막해에 균형재정으로 다음 노무현 정부에 넘겨준 사례밖에 없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확대의 통화정책을 펼친 점을 감안, 내년 새로운 정부에 사상 두번째로 균형재정을 넘기겠다는 목표다.
문제는 세입여건이다. 정부는 국세수입이 내수 회복세에 따라 호전되고, 비과세감면 정비와 신규세원 발굴 등으로 세입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정위기가 가져온 경제불확실성은 세입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5% 수준으로 떨어질 성장은 내년 세수에 연결되고, 정부가 예고한 비과세감면 정비는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 등 신규 세입기반도 세수입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소기업은행, 산은금융지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조원이 넘는 공기업 지분매각도 불확실해 세외수입여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반면 돈 쓸 일은 크게 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지방교부세와 4대 연금 등 의무지출 소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0~2세 영유아 보육료, 취업성공패키지 확대,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등 올해 새로 도입되거나 지원이 확대된 복지사업이 내년 총지출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4·11총선에 이어 연말 대선까지 치르는 과정에서 복지수요 등 세출소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균형재정의 가장 큰 위협이다.
김 차관은 "세수는 예측치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의 경우 세수 기준이 되는 경상성장률을 8.2%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5.4%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등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세수가 4조8000억원이 더 걷혔다는 것이 호언장담의 배경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세입 측면에서는 비과세감면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비과세감면은 그 동안 건드리지도 못한 것"이라며 "세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의무지출을 줄이는 등 철저한 세출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