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류설아기자] "미국산 소고기 수입할 때 말이 워낙 많아서 안사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다른 사람들이 맛도 괜찮다고 해서 가끔 먹었다. 광우병 보도 이후 정부가 이상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말이 나온 이상 또 다시 사먹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가족이 먹는 것인데 좀 싸다고 조금이라도 꺼려지는 걸 살 순 없지 않은가. 오늘도 미국산 대신 조금 비싸더라도 한우를 사려고 한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주부 강모씨(45)는 미국산 소고기를 사지 않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강씨의 경우처럼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소리쳐도 소비자들은 이미 미국산 수입 소고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저렴하고 맛있어도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 소고기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홈플러스 문래역점. 홈플러스에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재개했지만 쇼핑온 주부들이 구매하는 것은 한우이거나 호주산 소고기 뿐 아무도 미국산은 쳐다보지 않았다.
4살 자녀와 장을 보러 나온 주부 황모(37)씨는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어도 손이 안간다. 아예 소고기 자체가 당기질 않아서 그냥 돼지고기를 샀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직원은 "정부에서 국내 유입된 미국산 소고기는 문제없다는 보도에 다시 정육코너에서 진열 판매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평소보다 호주산이나 한우를 더 찾고 미국산 소고기는 쳐다보고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시간 가량을 지겨본 결과 주부 10명 중 7명은 한우를, 3명 정도는 호주산 소고기를 구입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강남의 이마트. 이곳도 홈플러스 문래점과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구이용 미국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었다.
이마트 직원은 "어제는 평소와 비슷하게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됐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3)씨는 "가끔 미국 소고기를 구매하긴 했지만 오늘은 호주산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산 소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대형마트는 이마트와 홈플러스다. 이마트는 전체 소고기 판매 비중에서 11%가, 홈플러스는 15%가 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체 소고기 판매량중 10% 비율을 보이고 있는 롯데마트는 광우병 소식이 전해지자 판매 잠정 중단을 가장 먼저 선언하고 매장에서 철수 시켰다. 정부의 추가 조치에도 동일 입장을 고수중이다.
이마트는 25일 10%, 26일 오후 50~60% 가량 미국산 소고기 매출이 떨어졌다.
25일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중단했다가 반나절만에 재개한 홈플러스는 26일 하루동안의 매출이 전주 대비 30%가 하락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등 일부 점포에서 판매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미국산 소고기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호주산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반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소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