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내일부터 중고폰이나 공기계에 유심만 꽂으면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된다.
소비자들은 이통사 대리점 말고도 유통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한 휴대폰을 원하는 이통사에서 개통할 수 있게 됐다.
또 외국에서 구입한 해외 구매 단말도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유심만으로 개통할 수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도입으로 요금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 활성화를 위해서는 할인요금제 도입이 중요하지만 시행 하루 전인 30일까지 이통사는 할인요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통사는 자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한 고객에게만 요금할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반면 방통위는 외부에서 구입한 휴대폰도 소비자에게 똑같은 요금할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방통위와 이통사의 합의가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가 저렴한 요금으로 블랙리스트제도로 인한 혜택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KT '유심'요금제 마련.. SKT 동일 요금제·혜택 어려워
KT는 30일 유심으로 선·후불 요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올레 심플' 서비스를 선보였다.
선불요금제는 최소 2000원에서 5만원까지 충전해 사용할 수 있으며 가입비나 기본료, 약정기간이 없다.
후불요금제의 경우 KT 대부분의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며 통화요금의 20%를 적립해준다.
KT관계자는 "최대 15만원까지 적립이 가능한데 추후에 휴대폰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며 "대신 다른 요금제 할인 적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내놓은 유심요금제도 사실 기존 선불 유심 요금제와 별다르지 않다"며 "후불 요금제도 유심요금제라기보다 다양한 요금제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방통위가 말하는 자사 고객과 차별없는 요금제는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방통위 측은 이통사와 실무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이 확고한 만큼 방통위가 요구한 요금제를 내놓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방통위가 이통사를 통제할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블랙리스트 안착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AS서비스·LTE 유심 호환 불가 등 갈 길 멀어
최근 이용자가 늘고 있는 LTE폰의 경우 이통사끼리 유심 호환이 불가능해 LTE는 블랙리스트에서 제한된다.
LTE폰은 이통3사 주파수가 달라서 연동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통신사와 연동된 휴대폰을 구매해야 한다.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들은 컴퓨터나 가전제품처럼 마트 등에서 휴대폰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조사, 마트, 온라인쇼핑몰 등이 준비중에 있지만 해외용 모델의 국내용 모델 전환 등에서 수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출시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S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 이통사는 자사 대리점에서 판매한 휴대폰은 고장시 AS서비스나 임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AS가 없는 외산폰이 고장나면 고객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 외산폰은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은 가능하지만 단말에 따라 기본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제조사도 블랙리스트를 위한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실질적 이득도 없을 것으로 보이고, 저가폰 제조가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술적응력이 뛰어난데 저가폰 시장이 따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