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투자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투자대상 기업의 공시다. 공시는 상장기업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태 등을 공개해 투자자가 기업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투자결정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때문에 기업공시는 완전경쟁시장에서 효율적 시장을 위한 기본요건으로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공시라도 실제 공시내용의 진행여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돼 있는 만큼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코스닥 상장기업인 A사는 자율 공시를 통해 한 해외기업 B와 맺은 투자협약의 출자증권 취득 시기를 2개월 가량 연장한다고 밝혔다.
A사는 지난 1월 B사와 협약을 맺고 3개월이내에 상호 출자방식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지역내 공동 사업에 나서기로 협의한 바 있다.
연장 공시가 나온 시점은 출자증권 취득시기가 끝나는 지난달 말로, 이에 따라 취득예정기간은 6월말까지로 늘어났다.
회사 경영방침에 따라 내부 결의를 거친 것이기에 분명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쪽에서 불거졌다.
A사의 계약 상대자인 B사는 공시직후 회사측과 한국거래소에 서한을 보내 "취득시기 연장에 대해 사전에 전혀 통보받은 바 없었다"며 "A사의 일방적인 기간연장이기에 공동사업에 대한 투자협의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사는 "A사가 이전 계약상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기간중 성실한 조치(Action)를 촉구하는 여러 차례의 서한에도 진정한 협의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사 관계자는 "A사는 애초부터 투자협약을 시장 이슈로 활용했다"며 "협약이후 한 차례만 B사와 해당 투자 지역을 방문했을 뿐 구체적인 협의와 추진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공시 이전 1500원대였던 A사의 주가는 공시이후 해외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속에 3000원대 초반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정정공시 발표 당시에는 이러한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며 오히려 700원대까지 하락했다.
B사의 주장에 대해 A사는 "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은 회사 개개의 전략과 방침에 따른 것이고 기간 연장은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며 "상대방에게 기간 연장에 대한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대 회사간 전략적 관계이기에 협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밀고 당기기를 할 수도 있고, 전략상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나 금감원도 "자율공시는 개별 회사의 이사회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공시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다만 회사간 협상이 무효가 되는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척사유에 대한 접근에 나설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협상중인 B사가 한국거래소나 금감원에 서한을 보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좀 더 상황을 살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거래소측은 "접수된 서한에 따라 A사 공시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쳐 공시의무 위반여부에 대해 살필 것"이라며 "공시상 잘못이 있다면 제재금 부과 등을 지시할 것이지만, 공시이외 부분의 정리는 거래소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율공시는 회사의 개별적 사안이고 공시위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거래소가 이에 대한 제재와 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는 말이다.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공시로도 단순한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공시담당자는 "명확한 계약으로 이어지기 이전 양해각서(MOU) 등은 협상과정에서 무효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MOU 사실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며 "일방의 자율공시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사업 추진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자자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율 공시제도가 자칫 주가 띄우기의 수단으로 이용되지는 않는지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