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4일 검찰이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검찰이 치고 들어올 경우 외려 부정선거 저지른 측에서는 좋아할 것이다. 가해자가 아니라 공안탄압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개입이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 교수는 "검찰이 통합진보당 자체를 공격하게 되면 진보당 사람들은 지금 싸우고 있는데 계파와 관계없이 일단 당을 방어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에 내부 정리하는데 앞으로 커다란 지장을 받게 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내의 사태를 지켜본 후에 정 안 될 경우에는 통합진보당의 수사의뢰를 받은 후, 검찰이 개입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부정선거와 관련해 "일단 충격적"이라며 "유권자들이 통합진보당에 10%의 표를 안겨줬는데 당 전체에 보낸 유권자의 지지 아니냐. 이걸 특정정파가 부정한 방법으로 가로챘다는 점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태"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부정선거와 부실선거가 어쨌든 광범하게 행해졌다는 사실만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았다는 얘기(당권파의 해명)는 제가 볼 때 부정선거 저지른측에서 내놓는 변명에 불과하다. 제가 아는 한 그분들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도 아니라고 발뺌하고도 남을 분들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다. 이번 사건은 그분들이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사실은 제가 민노당 시절에 있었지 않았냐"며 "당에 있었고 그때 제가 계속 지적했었다. 아마도 제가 그런 문제 때문에 탈당을 했던 최초였을 것다. 그때부터 보고 이분들이 민주주의의 인식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진 교수는 또한 "계파간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왜냐하면 이렇게 얘기할 경우에는 결국은 양쪽 다 문제다, 이렇게 얘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이 사라져버린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고 누가 부정을 저질렀는가, 이런 문제가 싹 사라져버리고 어차피 당내에 늘 있을 수 있는 계파간의 이해 갈등에 불과하다, 이럴 경우에는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고 진단하고 고치려는 노력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분들은 아마 사태를 그렇게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참여당의 누군가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동화해버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1, 2, 3번의 사퇴는 통합진보당이 유권자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사과"라며 "나아가서 지금 부정·부실선거가 전국적 차원에서 벌어진 걸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 원칙적으로 모든 후보가 사퇴하고 후보를 다시 선출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유권자들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 시스템이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 비례대표가 사퇴 못하겠다고 버티는 모양인데, 지금 불량품 내놓고 반품도 못해주겠다는 배짱이다. 있을 수 없는 거고 통합진보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 그래도 아직 상처 받았지만 마지막 애정 버리지 않고 있다. 지켜보고 있는데 더 이상 유권자들 화나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