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윤금순 비례대표 전체 1위 당선자가 4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지만 진보당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비당권파가 경기동부연합 핵심인 이석기 당선자(전체 2위)가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당권파는 분당이 되더라도 이 당선자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통합진보당은 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에 관한 안건을 논의키로 했다. 통합진보당은 3일 브리핑에서 "전국운영위 산하에 특위를 구성하여 필요한 추가 조사와 관련자 당기위 제소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 다음의 최고의결기구인 50인 내외의 전국운영위는 당초 6월3일에 있을 신임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헌당규 제개정 등 안건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특위 구성 및 비례당선자 거취를 놓고 격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에는 이번 부정선거 사태를 바라보는 양측의 엇갈린 시선이 깔려 있다.
당권파는 특위 구성을 통해 이석기 당선인이 관련된 부정선거가 없었음을 밝히겠다는 각오다. 진상조사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의 "총체적 부실·부정선거" 규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권파로 통하는 김승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4일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알맹이가 없는 황당한 조사보고서"라며 "인정할 수 없다. 부실과 부정이라면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반응은 당권파가 강변해 온 이석기 당선인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당권파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비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 보기 부끄러운 것이, 이석기 당선자측 개입이 없었더라도 참담할 정도로 선거관리가 엉망이지 않았느냐"며 "신뢰할 수 없는 선거를 통해 배출된 후보를 어떻게 국회에 등원시키냐"고 반박했다.
여기에 진보당 비당권파측에서 당권파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부정을 자행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대립은 격화될 조짐이다. 일부 관계자는 종파 패권주의의 몸통인 이석기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모두 폭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리는 전국운영위는 치열한 설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금순 당선인이 사퇴하면서 "함께 책임지겠다"며 당권파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도 사퇴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 바 있어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2차조사를 위한 특위의 위원장과 위원구성을 가지고도 정파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이란 지적이다. 향후 조사결과를 뒤짚어 누명을 벗고 이석기 당선자를 지키겠다는 당권파와 그에 맞서는 비당권파의 물러설 수 없는 입장차의 결과다.
이석기 당선자가 뚜렷한 입장표명 없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분당설 등 위기에 놓인 진보당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라는 평가다. 전국운영위에서 수습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