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정희, 유시민. 진보진영의 스타 커플이 결합 1년도 되지 못해 파경을 맞았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결별의 단초다.
두 사람은 진보통합의 국면에서 '미래의 진보'라는 대담집을 공동으로 출판하기도 했고, 통합 이후에는 전국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마주보며 웃었던 가까운 사이였다.
특히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이정희 공동대표를 '신데렐라'라며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더라"고 극찬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유난히 가까웠던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일 진상조사위원회의 총체적 부실·부정선거 발표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고 말았다.
7일 열렸던 대표단회의에서도 이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기 전 유 공동대표에게 "이런 법이 어딨냐"고 격하게 항의했고, 유 공동대표도 "좀 있다 하시죠"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자리에 앉기는 하지만 눈길도 섞지 않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둘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틀어진 배경에는 이번 사태를 인식하는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가 있다.
이 공동대표는 "부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부정덩어리로 당원 전체 그리고 당 전체가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는 아니다"고 현 상황을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유 공동대표는 "당 스스로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투표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될 규칙이 훼손되었다는 정황이 너무나 뚜렷하다"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경쟁명부 비례대표 및 공동대표단 총사퇴, 혁신 비대위 구성과 이석기 당선인이 제안한 당원 총투표 등이 충돌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이 밖에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충돌이 예고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권파가 진보신당의 합류가 불발됐음에도 참여당과 합당을 추진한 것이 유시민이라는 대중성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고, 비당권파가 들어온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10일 전국운영위원회와 1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립되는 사안들을 표결로 의결할 예정이지만 내홍이 격화되고 있어 앞 날은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