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전대란 겪은 국민 상처부터 돌봐야

입력 : 2012-05-13 오후 2:11:24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해 9.15 정전 사태가 발생한 후 국민들뿐 아니라 정부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우리 근대 역사에서 발생한 최대 정전사고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정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국민들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전 피해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체 신고 건수는 8962건이며 신고액은 6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 발표에 의하면 피해 가구수는 753만5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43%에 해당한다.
 
당시 전력당국은 순환정전을 명목으로 지역별 정전을 시킴으로써 블랙아웃은 면했지만, 사전 공지가 없었고 엘리베이터·병원 등은 정전으로 정신적·물리적 피해를 겪어 이역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전에 대한 책임은 지경부로 몰렸고 결국 당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전력당국은 더 이상의 책임은 면할 수 있었다.
 
최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모두 진지하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9월 정전대란에 대해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 당국의 잘못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미안하다면서도 이에 대한 보상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정전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50만원 이하 소액 건은 대부분 처리됐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재심의가 필요한 건들의 경우 지체되고 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8일 정부와 한국전력(015760)공사를 상대로 9.15 정전사태에 대한 손해보상을 청구하는 대표공익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경실련은 "정부와 한전은 국민들의 피해보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채 손해배상을 외면했다"며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집단소송제기를 위한 피해자를 모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9.15 사태가 마무리 되기도 전에 지경부는 하계 전력 대책을 또 내놨다. 골자는 산업계의 자율적 동참과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생활화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지난 10일 "동계대책 얘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계대책을 내놔 송구스럽다"면서도 "전기가 끊어지는 일은 없어야 되기 때문에 산업체와 국민들의 전기 아끼기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 수요를 줄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워도 참아라'고 요청하기 전에 당국의 과실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9.15 정전에 놀라 전력당국 체계를 개편하고 점검을 강화한 것과 같이 국민들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9.15 정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을 먼저 보살피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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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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