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고유가와 전력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산업계와 국민 협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 2008년 내놓은 석유제품 안정화 대책이 유명무실한 가운데 올해에도 비슷한 대책을 내놓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유사와 주유소만 압박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나 전기요금 현실화에는 눈을 감고서 국민들에게 '더워도 참아달라'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는 임시방편 대책을 제시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국 평균 리터(ℓ)당 20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휘발유 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인해 실제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가 미미하고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넘으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정부는 정유4사의 독과점 체제를 잡겠다며 ▲알뜰주유소 확대 지원 ▲혼합석유 판매 규제 완화 ▲전자상거래시장 활성화 ▲삼성토탈을 제5의 공급사로 도입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이 대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 정책은 이미 정부가 지난 2008년에도 실행했던 것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수상하다"고 발언한 후, 정부가 정유업계에 3개월간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할인하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정부가 당장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정유업계의 팔 비틀기라는 얘기다.
아울러 5월초 기온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정도 높아 냉방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가 전력난 우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0일 지식경제부는 하계 전력수급 대책을 발표하며, 여름철 냉방수요를 줄이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몰리는 백화점 등에 냉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여름철 피크 전력의 21%를 차지하는 냉방수요 중 백화점·빌딩 등 상업부문과 산업부문이 총 91%를 차지한다.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이번 전력 대책도 산업계에 쏠려 있다.
정부는 ▲출입문 개방한 채 냉방기기 가동 중지 ▲오후 1~5시 피크시간대 과도한 냉방 자제 ▲영업장 26℃ 이상 유지 ▲조명 최소화 등을 자율적으로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지만 이행 상황이 나쁠 경우 정부는 강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7월말~8월초 집중돼 있는 여름휴가를 8월 3~4주로 분산하거나, 피크시간에 산업체가 보유한 자가용 발전기 최대 가동, 피크시간 외로 조업시간을 변경한 산업체에 인센티브를 준다.
정부가 하계 전력 안정을 위해 이처럼 산업계에 '당근'을 제시하며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자구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리 1호기와 울진 4호기·신월성 1호기 등의 가동 중지로 전력 공급능력이 360만kwh정도 차질이 생기자, 당초 5~6월에 진행하기로 발전소 예방 정비를 9~10월로 연기해 100~200만kW의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안을 내놨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여름·겨울 모두 전력 피크가 옴에 따라 발전소를 정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발전소의 고장 확률도 늘고 있다"며 "전력피크가 연중 상시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발전소의 추가 공급을 통해서는 단기간에 전력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에너지 절약만이 방법이라며, 산업계의 '자율' 참여와 국민의 에너지 절약 생활화를 원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공급과 수요 측면의 구조개선도 필요하겠지만 탄력세율 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현실화하고
한국전력(015760)의 요청을 수용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