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사상 초유의 폭행사태로 봉변을 당한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당권파가 휘두른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응으로 맞서 기어코 혁신비대위를 출범시킨 결과다.
진보의 아이콘에서 계파의 수장으로 변신한 이정희 공동대표의 끝없는 몰락과도 대조된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국민참여당을 이끌고 이정희의 민주노동당, 노회찬·심상정의 진보신당 탈당파와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이 때만 해도 그와 참여당은 '정치적 망명가'였다.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 무소속에서 국민참여당으로 끊임없이 당적을 바꿔 온 그였기에 '당 깨기의 달인'이라는 꼬리표도 붙었지만 '대중적 진보정당'의 제3세력화를 위해 그와 참여당은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그의 발언을 빌리자면 "통합 전 약속을 어기고" 당내 경선과 당직 독식 등 당권파의 전횡이 이어지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그는 '당무 거부'로 이슈를 만들며 전초전을 벌였다.
비례경선 부정 의혹이 터진 뒤 확인된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당권파의 비상식적인 모습에 유 전 공동대표는 단호히 대응해 여론을 주도했다.
특히 당권파가 대표단을 공격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심상정 전 공동대표를 온 몸으로 막아내는 '신사도'를 발휘한 것은 이미지 쇄신의 결정타가 됐다.
심 전 공동대표도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 12일 밤 고양덕양갑 지역구 사무실에서 유 전 공동대표와 참여당 출신 당원들에게 당권파에 맞서는 게 자신이 없었는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유 전 공동대표의 지지율도 최근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 다자구도에서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후보에 이어 4위 자리를 다시 찾은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유 전 공동대표가 4일 연속 상승해 8일 1.6%, 9일 1.8%, 10일 2.0%, 11일 2.5%, 14일 3.0%로, 4개월 만에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전 공동대표는 경선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승계도 거부한 상태여서 그가 연말 대선에 직접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여론은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 대해선 차갑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이 전 공동대표가 대중적 진보 정치인에서 계파의 수장이란 민 낯을 드러낸 뒤부터는 그가 즐겨하던 트위터를 비롯한 민심이 단단히 돌아서,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가 '촉새', '분열주의자' 등으로 덧칠된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히 덜어내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