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스탁론)문제는 스탁론 아닌 비율 못 박는 ‘관치금융’

입력 : 2012-05-16 오전 11:26:01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당국의 스탁론 규제는) 리스크관리나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가야 하는 부분이다. 무분별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스탁론이란 투자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어서 완전히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는 최근 스탁론에 대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발언이다.
 
리스크관리와 소비자보호 강화 차원이라는 이유로 스탁론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아닌 금융당국 입맛에 맞는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구체적인 대출비율까지 제시, 1960~1970년대 관치금융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당국 내 임원들 사이에서도 적합하지 않은 규제 실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구체적 대출규제 비율 직접 제시..'관치금융' 지적
 
16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총선과 함께 정치 테마주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시장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치 테마주의 자금원인 신용융자거래에 이어 스탁론에 까지 규제의 손을 뻗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모범규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정해주면서 시장 자율경쟁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왜곡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스탁론 관련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스탁론 대출규제 비율 등을 불러줬다. 스탁론 대출비율을 최고 300%에서 200%로 낮추고, 담보유지비율도 현행 115%에서 140%까지 올리라고 한 것.
 
당시 참여한 증권사 담당자들은 금융당국 안에 반대했지만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하기는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기준선이 필요해 신용융자거래의 모범규준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스탁론이 다른 금융업권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자 시장을 키우면서 거래체계를 잡기 위해 낮은 수준의 대출모범규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 규제에 나서기 위한 방안으로 신용융자거래 모범기준을 강화하고 스탁론까지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 등 떠밀린 것 아니냐" 의혹도
 
특히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총선 전에 정치테마주가 이슈가 되자 부랴부랴 주요 자금줄인 신용융자거래와 스탁론 규제에 나선 것은 정치권에 등이 떠밀려 취한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총선 전에 금감원을 압박,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담당 국장에게 정치테마주에 대한 검사 내용을 흘리라는 지시 등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담당국장은 시장이 불안해진다며 완강하게 거부했으며 최근 인사에서는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스탁론에 대한 추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의혹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너지는 자율경제..시장왜곡 우려
 
금융당국이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들은 후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휘둘려 중심을 잃은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성장하면 자금의 유입경로도 다양해지면서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도 맞지 않고, 자율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 '숫자'제시 등의 관치금융법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기능들을 최대한 살려 자금유입 증가 수위만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시가총액이 올 4월 12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약 20%인 200조~300조원이 개인투자자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200조~300조원 중에 신용융자거래는 5조원, 스탁론은 1조원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 합쳐봐야 개인투자자들 중 불과 2~3% 수준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임에도 마치 올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새롭게 부각된 듯한 모양새를 갖춰 신용융자거래와 스탁론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상황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 없고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상황”이라며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스탁론 등의 규제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가 계속 어어질 경우 시장은 위축될 뿐 아니라 풍선효과도 발생해 개인투자자들이 대부업체 및 불법 사채 시장으로까지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으며 개인투자자들 또한 주식투자에 대한 의식이 달라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제도권 자금흐름의 다양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규제 일변도로 간다면 불법사채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 또 다른 피해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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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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