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른바 꺾기 영업으로 서민을 울린 기업은행. 담합 정유사의 과징금을 부당하게 감면해 줬다 들통이 난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건강을 책임지겠다며 미국까지 넘어가 농장주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광우병 조사단..'
인정하기 싫지만 한국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의 현주소다.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먹거리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하고,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던 기업은행은 오히려 고객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히려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며 대국민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17일 정부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우선 미국 광우병 조사단은 "미국의 광우병 위험요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검역 강화 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놨다.
현지 조사단 파견의 핵심이었던 광우병 발병 농장주는 만나 보지도 못하고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농장주와 간접 면담만 하고 돌아왔다. 무려 12일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국민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결과물은 가져오지 못했다. '안전하다'는 미국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상당 규모의 국고만 허비한 셈이다.
이런 형식적인 현지조사로 국민들의 불안감과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늙은 젖소의 독립 개체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다르다.
미국 소비자연맹은 비정형 광우병이 정형 광우병보다 더욱 치명적이고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 실험 결과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이 기존의 정형 광우병보다 빠르게 퍼져 더 위험하다는 게 연맹 측의 설명이다.
광우병 전문가인 마이클 한센 박사는 "비정형 광우병 L-타입의 경우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 식용으로 전염될 수 있고 더 많은 생체 조직에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4년여 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대국민 사기극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경제 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는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였다. 정유사들의 담합 과징금을 부당하게 줄였다. 공정위가 공정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본연의 업무를 포기한 셈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2009~2011년 공정거래법 위반사건 처리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공정위는 5대 정유사에 원적관리 담합을 이유로 4326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정유사들의 과거 법 위반 횟수와 매출액 등을 축소해 349억원 적게 부과했다.
공정위는 끝까지 궁색한 해명으로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 공정위는 "업무 부담으로 인한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며 "감사원과 판단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자진신고자에 대한 순위를 매기는 업무를 담당자 1인이 상급자 보고도 없이 수행했으며, 공정위 모 과장과 직원들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회식 자리에 불러 회식비를 결제하게 하는 등 향응도 제공받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작년 7월부터 2개월 동안 8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구속행위'(꺾기)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943건, 총 330억원의 구속성 금융상품을 취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적발된 8개 은행 중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꺾기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줬다. 앞에서는 친서민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고객을 이용한 사실이 들통난 것.
꺾기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금융기관이 대출을 전제로 예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로 은행법상 불공정행위로 금지돼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현재 과징금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추징 수준이 낮고 감경 조항이 많아 평소에도 과징금을 낮춰주고 있다"며 "기업과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잡아야하는 공정위가 처벌을 느슨하게 하고 과징금을 누락시키는 등 재벌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