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2015년부터 마그네틱(MS)카드의 신용구매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집적회로(IC)단말기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단말기 교제 비용 부담을 놓고 벌써부터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단말기 교체 비용을 누가 부담할 지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밴(van)사, 카드사, 가맹점, 정부 등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사안인 만큼 IC단말기 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금자동입출기 뿐 아니라 MS카드의 신용구매거래도 2015년부터 제한할 계획으로 가맹점들이 IC단말기로 전환하도록 카드사별 지원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MS카드 불법복제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MS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IC단말기 교체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신용거래 시 당장은 발생하는 문제가 없어 밴사와 카드사, 가맹점 모두 비용이 부담되는 단말기 교체를 꺼려왔다.
VAN사는 가맹점을 관리하고, 지급결제 업무를 대행하는 신용카드결제 사업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IC카드 전환 대책의 일환으로 2015년까지 200여개의 MS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교체키로 했다.
당국은 중대형 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는 '밴사 등의 부담으로 조기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담을 떠안는 당사자인 밴사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밴사 임원은 "IC단말기 교체비용에 대해 논의되거나 합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의 앞서나간 발표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명거래냐 핀거래(번호를 입력하는 방식)냐에 따라 카드사에서 밴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달라지고 있다"며 "IC단말기 교체 시 이 같은 수수료에 대해 합의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도 거래건수가 많은 중대형가맹점의 단말기는 밴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IC단말기 교체도 비용부담을 하기로 큰 방향에 대해서 밴사 대표와 협의가 됐다"며 "다만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협의점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100% 밴사 부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특히 단말기 교체 문제는 카드사, 가맹점, 밴사,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있는 문제인만큼 유인책 없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단말기 교체 비용을 밴사가 지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말기를 판매하고 설치하는 밴사와 단말기 형태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지불하는 카드사, 카드수납을 의무화한 정부 모두가 단말기 교체요인이 된다"며 "밴사에게만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간 비용분담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가 직접 단말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밴사 수수료를 올리거나 가맹점은 단말기 교체 시 가맹점 수수료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이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