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서울 모처의 대학원을 다니며 일과 학업을 병행해온 A씨는 이번에 대전으로 발령 나 휴학계를 내야 할 처지다.
회사의 보조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그는 회사에 의해 지방으로 근무처를 옮기게 됐다.
김포공항 쪽에 살고 있는 B씨는 집에서 2시간 거리의 양재지사로 발령 났다가 노조의 항의로 목동 방송센터에서 당분간 근무하게 됐다.
B씨는 허리가 안 좋아 일주일에 세 번씩 퇴근 뒤 물리치료를 받아왔는데 회사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인사를 냈다가 뒤늦게 물렸다.
◇노조 선거직후 대대적 지역 발령..노조 손보기 시작?
A씨와 B씨는 KT스카이라이프의 1, 4대 노조위원장으로, 사내에는 이 둘을 포함해 친노조 성향자의 이름이 담긴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측이 ‘친노조’와 ‘반노조’로 조합원을 분류해 개개인을 대상으로 유무형의 회유와 압박을 가한다는 신고가 노조에 접수되기도 했다.
인사 시점도 공교롭다.
노조는 이 달 초 노조위원장 선거가 끝난 직후 사내 ‘군기 잡기’에 뒤이어 이번 인사가 발표됐다고 지적한다.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이 달 초 두 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른 끝에 현 노조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된 상태다.
이번 선거는 결과에 따라 스카이라이프지부의 언론노조 탈퇴여부가 점쳐지기도 했다.
스카이라이프 사측과 모회사인 KT가, 언론노조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영향을 차단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언론노조 소속의 현 노조 집행부가 재신임 받으면서, 사측의 시도가 먹히지 않게 되자 인사를 통한 보복이 시작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사측은 오는 1일자로 단행될 지역사무소 발령 인사에 대해 ‘현장영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애초 준비했던 안이고, 두 차례 지원을 받았지만 자원자가 2~3명에 그쳤기 때문에 예정대로 단행한다는 입장이다.
인사권이 본래 사측에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조직의 화합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상기할 때 문재철 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취임 뒤 무엇보다 회사 ‘수익’을 강조하며 ‘비용 절감’과 ‘가입자 확대’를 내세운 그가, 이몽룡 전 사장의 값나가는 영전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이 전 사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신설된 부회장에 선임됐지만 실상 하는 일도 없으면서 연봉과 활동비로 4억 원씩 타간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안팎에서는 이 전 사장이 연임을 노리다 실패하자 파워게임에서 이긴 문 사장이 전관예우 차원에서 부회장 인사를 눈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두 번의 인사를 관통하는 원칙과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었다면 이만한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KT식 노무관리, 스카이라이프에 이식되나
가입자 확대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한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3D방송을 접겠다고 밝혔다.
위성방송의 특별메뉴를 뺀 채 영업인력만 보강해 각 지역의 이용자를 구석구석 찾아 나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실적과 수익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차피 돌려쓰는 인력이 지사로 몰릴 경우 본사 기능만 약해져 대주주 KT 입김만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니 현장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측 설명자체가 노조에 우호적 인사를 솎아내기 위한 핑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문 사장은 지난 4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취임 뒤 구상을 밝히며, 자신의 임무는 “KT 이석채 회장님의 경영 철학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KT 자회사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은 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 정도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그가 말한 ‘이석채식 경영철학’이란 게 악명 높은 KT식 노무관리는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