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A자동차운전학원은 지난 2007년 11월 한 보험사의 '운전학원종합보험'에 가입했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1인당 1억6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보험가입 약 3개월 후인 2008년 1월 자동차운전학원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학원 수강생이 학원 내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중 다른 수강생을 교육하려고 서 있던 강사 김 모씨를 친 것이다.
김씨는 고관절 염좌(인대가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경우) 및 뇌진탕 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고 사고 당일부터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인 2월5일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사고접수를 했다.
하지만 2009년 7월 근로복지공단은 요양승인 처분 취소 및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내렸다. 공단이 김씨를 근로자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공단의 판단과는 달리 김씨가 운전학원의 근로자이므로 약관상 면책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김씨가 운전학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학원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고용자일
뿐만 아니라 관계법령에 따라 학원의 기능강사로 인천지방경찰청에 신고가 돼 있는 사
람"이라며 "따라서 약관상 면책조항인 '피보험자(학원)의 근로자'다"라고 주장했다.
약관에 따르면 '운전학원의 근로자'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험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김씨는 결국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
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상 근로자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어 '근로기준법'에 따라 김
씨의 근로자 여부를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
를 제공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나 감독을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한다.
그런데 2009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이 청구인 김씨와 운전학원에 확인한 결과, 김씨는 학원과 별도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자신이 직접 수강생을 모집했다.
김씨는 그렇게 모집한 수강생을 학원에 데리고 와 가르치면서 학원에는 장소와 차량이용비로 일정액을 지불했다. 수강생으로부터 수강료도 김씨가 직접 받았다.
즉 김씨가 학원에 고용된 근로자라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이다.
김씨가 학원의 기능강사로 경찰청에 신고된 사람이므로 고용관계에 있다는 보험사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학원은 일정 인원의 강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립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경찰청에 서류를 제출한 것이므로 강사 선임신고 만으로 김씨와 학원간에 근로계약이나 고용계약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근거로 위원회는 김씨를 운전학원의 근로자로 볼 수 없는 만큼 운전학원시설위험담보 약관에 따라 김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