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최현진기자] 검찰의 '내곡동 사저매입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검찰의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를 공격하며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가장 의문을 모으는 핵심 부분은 청와대 경호처의 '이상한 셈법'과 검찰이 이를 그대로 수긍한 이유다.
경호처는 2011년 5월 내곡동 땅 9필지를 54억원에 통으로 매입하면서 이 가운데 3필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와 공유로 매입했다.
이 3필지 중 2필지는 지목이 대지(垈地)이고, 나머지 6필지는 모두 밭(田)으로 그린벨트지역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값이 세배 정도 비싼 대지와 밭의 가격차를 반영하지 않고 통째로 구입한 것이다.
9필지를 총 54억원에 매수했으니 경호처와 시형씨가 공유로 매입한 3필지의 가액은 총액의 3분의 1인 18억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시형씨는 11억8000만원을 댔고, 차액 부분은 경호처가 댔다.
경호처는 나머지 6필지에 대해서도 공시지가(10억9000여만원)보다 약 4배 정도 비싼 42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거래관행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가치 상승분 반영 비싸게 매입
경호처는 매도인의 호가에 경호부지인 밭이 경호시설 건축, 지목변경·합필 예정 등의 사정으로 미래가치가 상승될 것을 반영해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매입했다고 검찰에서 해명했다. 시형씨도 A4지 10매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계산법이 거래관행상 통용되는 것인지를 현직에서 부동산 업무를 많이 처리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뒤 "검찰이 경호처의 '턱도 없는 소리'에 맞춰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의 중견 법무법인에서 부동산 거래와 소송업무를 많이 처리하고 있는 J 변호사는 먼저 "거래는 현지 실거래가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라며 "미래가치 상승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맞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지수용 등으로 인한 보상시 당연히 개발을 앞두고 있어 토지 가격이 올라가지만 보상가격을 산정할 때에도 개발 프리미엄을 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거래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데, 비싸게 팔수 있을 가능성까지 예상해서 비싸게 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유야 어떻든 시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것만 보더라도 경호처, 즉 국가가 거래를 잘못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왜 개인 이익 챙겼나?"
이어 "사저 부지를 매수한다면 경호처가 일괄하면 될 것을 시형씨를 끼고 필지를 하나로 합칠 것을 전제로 이익까지 예상해서 분배한다는 것 역시 말이 안된다"며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왜 개인의 이익까지 챙겼는지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S변호사도 "거래에서 소위 '통'계약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미래가치를 반영한, 즉 나중에 땅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반영해서 거래한다는 것은 거래관행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토지 거래는 모두가 현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경호처가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 그 가치를 산정했다면, 이는 시형씨에게 또 다른 특혜를 준 것으로 이미 결론을 서로 맞춰 놓고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분 비율보다 싸게 사도록 해준 건 증여"
부동산·건설 쪽의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중견 법무법인의 H 변호사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토지 매입시 공유부분은 당사자들끼리 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개인과 공유를 하면서 지분비율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차액을 내준 것은 국가가 개인(시형씨)에게 증여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때 세금 문제는 불문하더라도 국가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렇게 할 의무는 없을 뿐더러 여러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배임죄 성립과 부동산실명법위반 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검찰 출신으로 대형법인에서 형사 업무를 많이 처리하는 K 변호사는 "검찰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명백히 국가에 손해를 끼쳤는데 법에 위반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실명법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이라면 당장 불려나와 기소됐을 것"
그는 "경호처 해명에 따르면, 아들이 모친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하고 아버지의 형한테 돈을 빌려 했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실명법 위반으로 청와대측에서도 이를 자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이라면 당연히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은 뒤 기소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형사 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L 변호사는 “토지 매매 당시 시형씨의 이득과 경호처, 즉 국가의 손해가 명확히 발생한 만큼 배임죄는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호처의 논리는 형식적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변호사인 나도 한참을 생각해야 알 정도”라며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검찰의 입장도 곤혹스러웠을 것으로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