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가진 자, 집없는 자, 집짓는 자도 `고통의 나날`

부동산 장기불황에 우는 사람들

입력 : 2012-06-13 오전 11:21:1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건설·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누구 하나 웃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도 길어지고 있다. 집없는 세입자 뿐 아니라 집을 가진 사람, 집을 짓는 공급자까지도 장기 불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등 유럽경제 상황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는 등 대내외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이같은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집이 안 팔려 대출 상환위해 또 대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3.5%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봐도 1.8% 하락했다.
 
시장 침체에 주택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만802건. 같은 기간 올해 아파트 거래건수는 2만7802건. 전년대비 41%나 감소했다.
 
시장이 침체되고 아파트값이 하락하며 집을 팔지 못하자 대출 상환 부담이 소유자들의 목을 조르고, 이를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9%로 2006년 10월(0.9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서울 고덕동 삼익주공의 한 소유자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팔리지 않으니까 돈이 없어 이자 내는 것도 버겁다"며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소유자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고덕동 집을 전세주고 현재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고 있다.
 
◇월세 선호에 세입자 지출 부담 가중
 
반면 세입자는 치솟는 전세값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2009년 이후 서울 평균 전셋값은 28.9%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41.9%나 치솟았다. 전세난이 절정에 달했던 2010년 말~2011년 초에 계약한 세입자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옴에 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서민 생활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잠실 송파구 리센츠의 경우 1~5월까지 총 98건의 월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8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매달 180만원이 고정적으로 월세로 나가기 때문에 다른 소비를 더 줄일 수 밖에 없다.
 
송파구 제일공인 대표는 "현재 월세세입자 중에는 전세값 상승액을 못 따라가 일부를 월세로 내기로한 반전세 형태 계약이 많다"며 "전세로 살 때는 내지 않던 월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소득이 한정된 월급쟁이 세입자 생활의 질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100대 건설사 중 35곳 '부도위기'
 
주택공급자인 건설사 역시 불황에 힘든 시기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순위 17위 경남기업도 채권은행들의 책임 미루기에 워크아웃 졸업 1년만에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경남기업이 대출금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하청업체 180개가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연체자로 등록됐다.
 
‘아이원’과 ‘필유’로 유명한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은 부도 직전까지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하는가 하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게 해 직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건설관계자는 "풍림이나 아이원만의 일이 아니다"며 "부도 위기에 놓인 상황이 안좋은 회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고, 건설관계 협회도 회비가 들어오지 않아 운영의 어려움이 많다"고 상황을 알렸다.
 
대형건설사의 한 임원은 "그나마 토목이나 플랜트처럼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진 건설사라면 힘든 시기지만 보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하지만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건설사는 몇년 사이 상당수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건설업계의 더 큰 위기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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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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