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다음엔 한국?..위기 양상 너무 닮았다

부동산 거품·저축은행 부실·가계부채 등 위기 전이과정 흡사

입력 : 2012-06-13 오후 2:10:1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스페인이 조건없는 구제금융에도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로 치솟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스페인과 비슷한 위기 과정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품과 건설업 장기 불황, 저축은행 부실, 가계부채 등 위기가 전이되는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과 스페인의 공통점은 2000년대에 주택경기의 호황 사이클을 가장 크게 겪었다는 점을 꼽았다.
 
스페인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저금리를 타고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면서 1997년 이후 2007년까지 10년간 주택가격이 3배 이상 뛰었다. 이를 뒷받침 한 것은 금융권 대출로 같은 기간 스페인의 가계부채는 4.9배 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2008년에서 2011년까지 22%나 급락했고 유로존 재정우려 까지 겹치며 현재 위기에 이르게 됐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과정을 경험해왔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87년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말 아파트 가격이 508.8로 5배 이상 뛰었다. 가계빚(신용)은 1997년 191조324억원에서 지난해말 911조8921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자영업자 대출 100조원까지 포함하면 15년 만에 5배 불어났다.
 
부동산 대출에 집중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스페인 저축은행의 소유주들은 금융감독 규제가 상업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이용, 고수익 고위험인 부동산 관련 대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관련 대출 부실이 치솟으면서 줄줄이 무너졌다. 현재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중은 10%에 근접했는데 이 역시 저축은행의 부동산 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금융권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집중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PF대출 중 부실채권 비율은 18.35%였으며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25%, 자산운용사는 40%로 해마다 치솟고 있다. 금융권에서 스페인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때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위험 수준은 스페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154.9%로 스페인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 140.5%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45.8%보다 9.1%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또 유럽 재정위험국인 포르투갈(154.1%)과 그리스(97.8%) 이탈리아(80.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이 가계부채를 줄여온 것과는 달리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져 부동산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총부채상환비율(DTI)제도 등으로 가계빚 위험수준을 가까스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로 상환 여력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두려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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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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