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검찰이 내놨지만 3개월간 수사 끝에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이 13일 내놓은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수사결과는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던 재수사 결정 당시 검찰의 각오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은 불법사찰과 이에 대한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는지 여부와 사찰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였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과정에서부터 소위 '민정라인'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민정라인'수사 '부실·형식적' 논란
그동안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에 비하면 이들에 대한 조사는 초스피드로 이뤄져 '부실수사', '형식적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정식 보고 계통인 민정수석실에는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등 일반적인 공직기강 관련 사항만을 보고하도록 했다"면서 "특별 감찰 활동은 비선을 통해 별도 보고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경락 전 과장, 장진수 전 주무관, 최 전 행정관도 김 전 비서관과 장 비서관이 직접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을 들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며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증거인멸에 개입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은 정당한 사찰과 관련된 사항만을 보고받았을 뿐, 불법사찰과 관련된 사항은 보고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박 전 차관, 민간 건설업체도 사찰 지시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상태인 박영준 전 차관의 경우 청탁을 받고 모 건설업체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하는 등 2건의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로 추가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은 경쟁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후 청탁을 받아 감찰을 지시하는 등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가기관을 이용한 사실을 밝혀내 기소했다"면서 "하지만 박 전 차관이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청와대가 직접 나서 '입막음'용으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직장을 알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에게 2010년 7월과 2010년 9월, 2011년 8월에 전달된 2995만원, 4000만원, 2000만원과 진 전 과장에게 2011년 4월에서 11월까지 전달된 4000만원에 대해 이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전달하거나 이 전 비서관의 지시로 조성돼 전달된 돈이라고 결론내렸다.
◇관봉 5천만원 출처 미궁속 마무리
장 전 주무관이 입막음용으로 받았다며 자신이 직접 사진을 복원해 화제가 된 '관봉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의 "장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믿기 힘든 진술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은 "5000만원의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출고 일시와 출고 은행은 확인이 불가능했다"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현금 출금 자료도 검토했지만 특이한 내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우리가 가장 아쉬운 부분도 그 5000만원 부분"이라면서 "류 전 관리관의 말을 믿기가 힘들어, 장인이 딸에게 5000만원을 줄만한 재력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친인척도 조사했다. 여전히 신뢰하기 힘들지만 더 이상 수사가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