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증시 점령한 대선테마株

입력 : 2012-06-15 오후 3:21:35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잇딴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도 대선테마주들의 이상급등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대선 테마주의 주인공이 되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해당기업이 수혜를 누릴 가능성은 적은데다 이들 기업 중에선 몇 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종목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현저한시황변동'을 이유로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은 총 168건(코스피 55건·코스닥 113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39건(코스피 41건·코스닥 98건)에 비해 29건(20.86%) 증가한 수치다.
 
주가급등에 따른 조회공시가 20%이상 급증한 것은 정치테마주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 종목의 대부분은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차지했다.
 
◇대표이사 안랩 재직경력에 써니전자 14배 급등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종목은 써니전자(004770)다.
 
써니전자 주가는 올해 초 397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현재(14일 종가) 4470원으로 1025.94%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일 장중엔 5570원까지 치솟아 상승률 1303.02%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사 주가가 이처럼 크게 오를 수 있던 것은 이 회사 실적과는 무관하다. 지난 2010년 8억4035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는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1311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급등의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회사 대표이사가 과거 안철수연구소 기획이사로 일한 바 있다는 경력 하나 뿐이다. 
 
안철수 원장 만이 아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과 엮인 종목들도 숱하다. 대표적인 종목이 우리들제약(004720)우리들생명과학(118000) 바른손(018700) 조광페인트(004910) 등이다.
 
특히 지난해만해도 문재인 의원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탓에 정치테마주 내에서도 각광받지 못했던 이들 종목들은 최근 문 의원의 대선행보에 급등세를 나타내는 대표 정치주가 됐다.
 
우리들제약은 올해 초 466원에 그쳤지만 현재 2730원으로 485.84% 급등했고, 우리들생명과학 역시 628원에서 1920원으로 205.73% 올랐다. 이어 조광페인트가 186.49%, 바른손이 181.09% 급등했다.
 
◇문재인·김두관·손학규株 '↑'..박근혜株 '↓'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짝이 맞춰진 종목들도 최근 들어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대성파인텍(104040)이 2800원에서 9900원으로 253.57% 올랐고, 아즈텍WB(032080)가 2050원에서 5450원으로 165.85% 급등했다. 넥센테크(073070)(165.73%) 한국주강(025890)(83.45%) 등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한세실업(105630)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 국보디자인(066620) 등이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이름을 빌려 42.45%, 39.15%, 12.00%씩 올랐다.
 
반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주는 올해 들어 되레 급락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정치테마주에 개입된 작전 세력을 집중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력이 이미 손을 털고 나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 아가방컴퍼니(013990) 보령메디앙스(014100) 등은 박 전 위원장의 복지 정책을 이유로 뉴스에서 '박근혜'란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급등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들어선 각각 28.65%, 23.68%씩 떨어졌다.
 
대표이사가 새누리당 비대위 위원에 위촉된 비트컴퓨터(032850)와 박 전 위원장의 남동생 박지만 씨 소유의 EG(037370)만이 각각 8.73%, 2.37% 올랐을 뿐이다.
 
◇기다렸다는 듯 매도하는 대주주가 문제?
 
급락의 또 다른 이유는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이다. 이들 테마주로 묶인 기업 중 몇몇 최대주주들은 자신의 회사가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급등을 거듭하자 보유지분을 매도해 현금화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써니전자다. 써니전자의 최대주주 곽영의 회장과 특수관계인 5명은 4월 이후 보유지분 가운데 5.73%(111만5427주)를 팔았다. 이후 1300%가 넘던 급등세는 다소 꺾였다.
 
아즈텍WB 최대주주 허정우 회장도 지난 12일 16만3000주를 매도해 1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앞서 아가방컴퍼니 우리들제약 등 정치테마주의 대주주들도 고점 부근에서 지분을 매각해 적지 않은 현금을 챙겼다.
 
다만 이들과 달리 회사 측이 직접 나서 해당 정치인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사례도 있다. 적극적인 해명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의료기기업체 솔고바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사외이사가 안철수 원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일주일 새 50%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정치테마주에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고 이는 효과를 거뒀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이상급등에 대해 한마디 없이 묵묵히 지켜보다 지분을 매도해 현금을 취하는 대부분의 최대주주도 비도덕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한탕주의에 기반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매번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정치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렸지만 결국 남는 것은 결국 개인들의 엄청난 손실 뿐이었다"며 "대주주의 비도덕성을 질타하기 전에 원인제공을 누가 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던 이화공영(001840)은 2007년 8월 이후 넉달 만에 2490% 상승했지만 연말엔 결국 폭락해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국내 증시에 나타나는 정치테마주의 이상급등 현상을 제지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당 정치인이 스스로 나서 자신과 무관함을 표명하는 것 뿐이란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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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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