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증시가 박스권 행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돈 가뭄까지 겹쳤다.
증시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거래대금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지난 2000년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시장에선 거래대금의 회복세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日거래대금 4조원 못미쳐 '돈 가뭄' 극심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 일간 거래대금은 3조9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한때 7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거래대금은 코스피가 1700선을 하회한 5월이후 4조원 안팎에서 머무르고 있다.
전체 유통 시가총액 대비비중은 0.6% 수준으로 지난 2000년 1.14%의 평균 거래대금 비중을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대금 급감이 극도로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은 강하게 매수에 나서는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투자자들이 매수나 매도에 나서지 않고 그저 관망세를 보이는 상황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내달 사업연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증권사들도 이같은 돈 가뭄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고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줄어든 거래대금은 전반적인 시장상황의 악화와 함께 증권사 실적에도 큰 타격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7월, 거래대금 증가 고비될 듯
대내외 악재가 여전한 가운데 극심한 거래대금 감소의 단기적 개선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를 놓고 볼때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주식형 펀드와의 기관 자금 유입이 거래대금을 개선할 것이란 의견과 아직 매매단가의 개선이 나타나지 않아 3분기 중반이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대상 연구원은 "현 거래대금은 2007년 3월까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후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코스피가 급등했던 추세적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1100원대 아래로 하락세를 보이는 환율과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확대, 기관의 점진적 수급 개선 등은 비슷한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달 발표를 앞둔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매우 밝은 상황이 아니지만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평균에 근접한 5조원가량의 거래대금 유입이 일어나며 초저 거래대금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가가 이미 빠진 상태에서 거래대금을 늘리는 매매단가의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8~9월까지는 거래대금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20일 이동평균선 추세를 고려하면 7월까지는 많아야 일간 거래대금이 4조원대에 그칠 것"이라며 "전체 트렌드는 지난해 5월이후 계속 내려가고 있어 추세선이 낮아지는 사이클을 감안하면 최소 7월은 넘겨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매매단가는 1만원 정도로 과거 고점을 기록한 2011년 4~5월 당시의 2만7000원에 비해 2배이상 줄었고, 전반적으로 대형주가 부진하기 때문에 박스권(1800~1900선)에서 매매단가와 거래대금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