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올해 상반기 부동산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90%를 육박하는 낙찰가율을 기록해 경매시장의 인기 역시 소형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되거나 감정가를 웃도는 고가낙찰 사례는 줄어 유찰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물건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연립과 다세대주택 물건만이 유일하게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 경매 입찰자 '가뭄'..중소형만 '불티'
올 상반기 경매시장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아파트 물건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법원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이 올 상반기 전국 경매장에 나온 아파트 물건 2만3689개를 분석한 결과, 낙찰가율은 77.18%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 실적 기준 국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84.79%)에 비해서는 7.61%p 하락했다.
올 상반기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는 4만17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79%(1만8562명) 감소했다.
아파트 경매물건 수도 2만5021개에서 2만3689개로 5.32%(1332개) 줄었다.
반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올 상반기 90%에 육박하는 낙찰가율을 기록해 대조적이었다.
특히 배당이 완료된 중소형 아파트 물건 6949개를 조사한 결과, 33~66㎡대가 43.14%(2998개)로 가장 많았다.
◇신건낙찰, 고가낙찰 감소..유찰 늘려 수익성 노린다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는 지역과 용도를 불문하고 신건낙찰과 고가낙찰 수가 확연히 줄었다.
신건낙찰은 경매에 나온 물건이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된 경우, 고가낙찰은 감정가액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된 경우를 지칭한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건낙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7939개에서 29.29%(2325개) 줄어든 5614건으로 집계됐다. 반기별 실적 기준,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고가낙찰 건수도 1만349개에서 7322개로 29.25%(3027개) 줄어 역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유찰을 통해 가격 메리트를 누리는 입찰 전략이 빈번했음을 시사한다.
상반기 유찰 물건 수는 6만624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398개)에 비해 7.21%(5150개) 줄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경매물건 수와 응찰자 수가 각각 두자릿 수 감소율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유찰 빈도는 이전에 비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립, 다세대 경매 증가..아파트와 '명암'
올 상반기 전국 경매시장에 나온 전체 물건 수는 11만97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4%(1만3383개) 줄었다.
용도별로 보면 아파트는 2만3689개로 5.32%(1332개), 주택 물건은 7335개로 13.69%(1163개) 줄었다. 근린시설과 업무시설, 토지 물건도 각각 16.32%, 33.61%, 12.54% 줄었다.
반면, 연립 및 다세대 물건은 같은 기간 1만502개에서 1만2040개로 14.64%(1538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물건은 4506개에서 4615개로 늘어 비슷했지만, 유찰건은 5996개에서 7425개로 23.83%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정대홍 팀장은 "연립이나 다세대에 거주하며 돈을 모아 아파트로 옮겨가는 전통적인 경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암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