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맘마미아>, <김종욱 찾기> 등 흥행 뮤지컬에는 공식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뮤지컬 넘버가 공식의 기본. 여기에다 요즘 트렌드인 복고 코드, 감초 역할을 하는 1인다역 '멀티맨'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요즘은 K팝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왕왕 눈에 띈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도 많은 부분에서 흥행공식과 교집합을 이룬다. 이 작품은 동전을 넣고 희망곡을 누르면 노래를 재생하는 주크박스같은 뮤지컬이다. 22개의 뮤지컬 넘버는 최신가요에서부터 추억의 히트곡을 아우른다. '쇼', '사랑의 서약', '나 어떡해', '전쟁이야' 등 익숙한 노래들은 관객이 듣고 감상하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된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32년간 장수해온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기획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의 성재준 연출, 원미솔 음악감독, 정도영 안무가가 다시 뭉쳤다는 것도 한몫했다.
여러 기대에 부응하듯 무대 위는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실력은 이 팀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다. 특히 정상훈 배우는 진행자 송해, 세연의 약혼남, 김 회장의 비서, 사이비 교주 등으로 무한변신하며 무대를 꽉 채운다.
그러나 스토리가 아쉽다. 이 점이 DJ DOC의 노래들을 담아낸 성재준 연출의 전작 <스트릿 라이프>와 가장 차이가 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했다는 점, 인기가요를 재료로 삼았다는 점은 <스트릿 라이프>와 비슷하다. 하지만 <스트릿 라이프>의 경우 스토리와 노래의 조화로움이 공연의 밀도를 높였다. 최고의 가수가 되고자 하는 세 젊은이의 이야기는 악동그룹 DJ DOC의 노래와 만나 좋은 궁합을 이뤘다.
그런데 이번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모티브가 등장한다. 젊은 연인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인데 비극적 색채를 걷어낸 탓인지 사실상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개연성 약한 일일드라마가 연상된다. 앙숙관계인 김회장과 이회장 집안이 전국노래자랑에 나간다는 설정에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다.
진부한 무대설정도 다소 아쉽다. 무대 뒤편 양쪽에는 마치 몬태규와 캐풀릿가의 대립을 연상시키듯 두 집안의 내부 공간이 배치되고, 그 사이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글씨가 적힌 프레임이 자리한다. 왠지 허전하다. 잔치 분위기를 내는 것은 무대보다는 배우들의 흥겨운 몸짓이다.
성재준 작•연출, 서현철, 정의욱, 정수한, 정상훈, 백주희, 이기찬, 오대환, 김대종, 정민, 김보경, 박성환, 한지영, 양미경, 김지훈, 황세준, 김형근, 강홍석, 신윤정, 안상은 출연, 9월 2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