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정부가 가계 빚을 키우는 기형적인 신용카드시장을 손보기 위해 가맹점수수료 체계에 칼을 빼들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드사, 소비자, 가맹점 등 신용카드 이해당사자들 모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35년 만에 전면 개편되지만 정작 ‘승자’는 없다는 얘기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9월부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이 1.8%에서 1.5%로 0.3%포인트 낮아진다.
◇카드사 '근거있는 패자'
우선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낮아지면서 당장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드사 수익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의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신금융협회는 새로운 가맹점 수수료 체계 적용으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연간 약 873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전체 수익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장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며 "중소가맹점 수수료인하는 확실시 됐지만 대형가맹점은 아직 협상이 남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카드사에게 손해면 손해지 득보는 상황은 아니다"며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의 '원죄' 때문에 카드사들은 여론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소비자 '간접적인 패자'
대부분의 신용카드 고객은 당장 가맹점수수료가 0.3%포인트 낮아지는 데 대해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수익이 감소한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나서면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 박 모씨(33)는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해도 소비자입장에서는 기존과 같이 신용카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큰 관심이 없다”며 “단지 부가서비스가 줄어들면서 그 부담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맹점수수료 인하 움직임 이후 대부분 카드사에서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나섰다. 전월실적 기준을 올리는가 하면 할인한도를 줄이며 서비스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수익보전을 위해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카드사의 입장이다.
직장인 김 모씨(30)는 “수수료인하로 가맹점은 득보고, 카드사는 손해 안 보려고 부가서비스 줄이면 결국 소비자만 그 부담을 떠안는 것 아니냐”며 “가맹점과 카드사 간 싸움이 결국 소비자에게 불똥 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가맹점, '승자같은 패자'
그렇다면 가맹점 입장은 어떨까. 결코 가맹점이 승자라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함으로써 늘어난 매출로 인해 가맹점이 수수료 손해를 넘는 이익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카드로 인해 손님이 늘어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게 가맹점들의 입장이다.
경남에서 제빵업을 운영하는 송 모씨는 “손님이 많고 적고는 경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며 “결제수단이 카드냐 현금이냐에 따라 손님이 늘고 줄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카드사용을 권장할 당시만 해도 카드수수료가 중소상인을 죽이는 요인이 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카드사용이 90%까지 되니까 중소가맹점의 경영압박으로 다가온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가맹점 수수료 0.3%포인트 인하로는 가맹점 수익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매출 2억원인 중소가맹점에서 신용카드 매출이 1억원을 차지할 경우, 현행 가맹점 수수료는 연 180만원 정도다. 여기에 수수료체제 개편으로 0.3%포인트가 줄어들게 되면 지출되는 가맹점수수료는 연 150만원으로, 한달에 2만~3만원 가량 부담을 더는 셈이다.
35년만에 대수술을 한 것 치고는 중소가맹점에게 돌아오는 ‘득’은 느끼지 못할 정도라는 게 중소가맹점들의 일성이다.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대표는 “이번 수수료인하로 억울한 점이 조금 줄어든 것 뿐”이라며 “카드사용의 확대로 카드매출이 많은 대형가맹점만 이득을 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