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2007년 대선당시 BBK 기획입국설의 단초가 된 '가짜편지'는 결국 양승덕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 등의 그릇된 욕망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작이 빚어낸 산물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12일 발표된 검찰의 수사결과를 재구성해보면 전후과정은 이렇다.
양 실장은 신명씨의 형 경화씨가 미국에 수감되어 있는 김경준씨와 수감동료이고 김씨가 BBK 기획입국설과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신씨로부터 전해 듣는다.
양 실장은 신씨의 부탁으로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측 인사들을 만나 이들이 경화씨를 통해 BBK와 관련된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역으로 한나라당에 알려줘 공을 세우기로 마음먹게 된다.
양 실장은 먼저 대통합민주신당측 인사들의 명함과 경화씨를 무료변론해주겠다는 각서를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당시 MB캠프 상임특보)을 통해 전달해 뜻을 이루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접촉했던 당시 클린정치위원회 BBK팀 소속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사실을 믿지 않자 가짜편지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는다.
양 실장은 신씨에게 들은 내용을 통해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경화씨 명의로 신씨가 작성하도록 하고,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은 전 위원에게 전달한다.
검찰은 김 총장이 당시 홍 전 대표가 처음 편지를 보자마자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며 모멸감을 받을 정도로 면박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사실관계를 믿지 않았던 홍 전 대표는 결국 김 총장에게 설득당한 은 전 위원의 설득에 따라 편지를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검찰은 김 총장이 홍 전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편지를 흔들 당시 자신이 면박 받은 사실을 떠올리고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당시 김 총장을 통해 전달된 편지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음에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편지를 공개했던 것이다.
검찰은 김 총장이 자신이 전달한 편지가 양씨의 지시에 의해 작성된 가짜편지라는 것은 신씨가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게 됐고, 김 총장은 사실을 알게 되자 양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검찰조사결과 양 실장은 대선이 끝난 뒤 자신의 편지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면서 김 총장을 통해 자신의 공에 대한 대가를 끊임없이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한나라당이 양 실장에게 한 교육단체의 감사자리를 소개해주었으나 양씨 자신의 흠결 때문에 탈락했고, 김 총장은 두원공대 총장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또 지난해 3월부터 신씨가 타인의 지시로 편지를 작성하게 됐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하자 김 총장에게 '신씨에게 돈을 줘야한다'며 돈을 요구해 2000만원을 받아놓고 이를 신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챙긴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양 실장의 행위로 엄청난 결과가 나왔지만 현재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면서 "허위 사실로 인해 나라 전체가 흔들렸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 실장을 처벌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봤지만 법리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지 작성 과정에서 경화씨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것"이라면서 "경화씨에게 처벌의사를 물어봤으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