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긁는 시대④)왜곡된 시장.."첫단추 잘못 단 정부가 바로잡아라"

입력 : 2012-07-13 오후 4:03:3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이미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신용카드시장. 그래서 35년만의 개편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수수료 개편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초래한 결과인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한다"
 
기형적인 신용카드시장에 대한 정부 책임론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뿌린 '반시장적 씨앗'을 스스로 거둬들여야한다는 것. 
 
이는 정부가 지난 1998년 경기 활성화와 세원 투명화를 목적으로 신용카드 이용을 권장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의 왜곡된 신용카드 시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카드대란, 가계부채 등 부작용에도 제동을 걸지 않아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왜곡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첫단추부터 잘못 단 신용카드시장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998년 말 4200만매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수는 지난해 말 1억2200만매에 달했다. 신용카드 결제가 민간소비지출 비중의 70%에 육박, '준화폐'로 자리잡으면서 가맹점은 ‘수수료 폭탄’을 맞았다.
 
결국 생계에 위협을 느낀 소상공인이 들고 일어났고, 기형적인 신용카드시장을 어디서 손봐야할지 정부도 감을 못 잡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용카드가 확대된 경로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며 "우리나라 신용카드시장은 비교할 만한 곳이 없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결제수단인 수표가 직불카드로 전환되면서 카드시장이 형성됐다.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의무수납제'를 시행하면서 카드 시장이 확대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발전을 위한 '첫 단추'부터 달랐던 셈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신용카드시장은 정부가 시장을 확대하며 특이한 형태로 변질됐다"며 "현재 호주의 경우에는 가맹점에서 소비자에게 가맹점수수료를 내게 하는 구조인데 이는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카드시장 이미 선진국" VS "덩치만 크고 기술력 떨어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카드시장은 선진국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개입은 카드산업을 후퇴시키는 결과는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시장은 국제적으로 가장 발달된 시장"이라며 "사용빈도, 소비자들의 사용인식, 프로세스 등에서 우위"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오히려 신용카드 시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신용카드시장이 건전성 측면에서는 좋은 것 만은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상품과 부가서비스의 개발에서 우리나라 카드산업이 후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지난 2월 전 세계 56개국 2만8000명 이상의 온라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소비자들의 투자 성향에 관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 세계에서 5번째로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매출규모일 뿐이며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 매출규모로 보면 세계 5위에 해당하지만 카드산업에 있어 경쟁력이 된다고 말 할 수 없다"며 "덩치만 컸지 기술면에서는 카드산업이 발달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외에는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이나 법인카드에 대한 수수료율 차등화 등에 있어 기술이 국내를 넘어섰다"며 "집적회로(IC) 도입만 해도 국내에는 늦은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옥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신용카드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소비자책임 보다는 관련정책과 시장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향 없는 정부.."결자해지"
 
이에 따라 결국 정부가 뿌린 씨앗을 스스로 거둬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소상공인이 들고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가맹점수수료를 찔끔 내려주며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며 "조세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카드를 권장하면서 촉발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송 모씨는 "카드사가 경쟁해서 시장이 커진 게 아니라 정부가 카드를 권장하면서 촉발된 문제"라며 "카드를 권장할 때는 소비자와 가맹점 대상으로 경품까지 지급하더니 해결할 때는 꾸물거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왜곡된 신용카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제시된 해법은 의무수납제 폐지, 가격차별금지제 폐지, 현금영수증 의무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가맹점 공동망 등 다양하다.
 
해법은 다양하지만 매듭을 지어야 하는 주체는 하나 '정부'라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정부가 카드시장에 개입했고, 개입 안 할 수도 없다"며 "신용카드 이용으로 가장 이득 본 당사자가 정부인만큼 정부가 실마리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수수료를 올리고 내리고 반복할 게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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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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