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강기갑 대표의 취임과 함께 의원총회를 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절차에 돌입하는 등 당의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기갑 대표가 15일 2기 지도부 출범식에서 "야권연대를 복원하고, 늦어도 9월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혀 통합진보당의 향후 일정도 대권국면으로 접어들 것임을 짐작케 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혁신파와 구 당권파 대립의 상징과도 같았던 유시민·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재격돌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당직선거 이길 줄 알았던 구 당권파의 이정희 대권설
먼저 대권설이 나왔던 쪽은 당직선거 승리를 자신했던 구 당권파측의 이정희 전 공동대표였다.
구 당권파가 당직선거에서 강병기 후보의 당선으로 승리를 거둔 뒤에 이 전 공동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워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일정 지분을 보장받는 시나리오가 그것이었다.
여기에는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기록한 10.3%의 정당지지율이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3% 수준까지 급락했지만, 새누리당의 박근혜 의원을 상대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연대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구 당권파가 당권을 잡으면 야권연대는 없다고 공공연히 압박을 했던 민주당도 막상 이 전 공동대표가 대선주자가 되면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렇게 되면 구 당권파는 지난 총선에서 성남중원(김미희 당선)과 광주서을(오병윤 당선) 등에서 지분을 양보받았던 것처럼 대선승리 이후에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의 입각 등 공동정부 구성을 요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진보통합의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이 민노계 NL세력의 강력한 반대에도 구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밀어붙인 것은 '유시민'이라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가 가진 대중성에 기인했다.
하지만 전혀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당직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러한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어, 스스로 짊어졌던 '침묵의 형벌'을 최근 벗어던진 것으로 보이는 이 전 공동대표가 대권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대의원 출마한 유시민, 운신의 폭은 넓어졌지만..
반면에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경우 천호선 최고위원의 압도적 1위 당선에서 보듯 참여계의 당내 입지가 크게 커졌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는 평가다.
단지 유 전 공동대표가 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복수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 전 공동대표의 한 측근은 "당직선거에서 이겼지만 혁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유 전 공동대표의 입장"이라며 "대의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이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대권에 나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측근은 "대통령에 나갈 사람이 대의원에 나간 것을 보면 당의 상황을 알지 않느냐"고 허탈하게 웃은 뒤 "노회찬 의원이나 심상정 원내대표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유 전 공동대표의 대선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유 전 공동대표가 당내 경선을 치를 공산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당권파에서 이정희 전 공동대표를 내세울 경우엔 유 전 공동대표가 대항마로 출격할 수 있다는 것.
혁신파로서는 당직선거의 승리를 기반으로 어렵사리 당 재건의 기회를 잡았는데, 구 당권파가 이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면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치열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대선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치르고, 11월에 다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막판 단일화를 거듭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지적도 통합진보당의 대선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 전 공동대표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대선에 나서게 됐을 때, 문재인 상임고문이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된다면 단일화 과정 없이 문 고문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또 다른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는 경쟁을 할 수 없다며 경기지사 선거로 유턴을 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