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금융지주'..2분기 실적 급감·수익 개선도 어려워

하이닉스·현대건설 매각 등 일회성 효과 사라져

입력 : 2012-07-17 오후 1:15:47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금융지주들의 표정이 어둡다.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 감소는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매각 차익 등 일회성 효과가 사라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시장 전문가들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대내외 경기여건을 감안할 때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17일 금융권과 증권사 등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분기 대비 44% 전년동기 대비 49.3% 각각 급감한 수준이다.
 
은행권 어닝시즌 포문을 연 하나금융지주는 16일 2분기 순이익이 2251억원으로 전분기의 1조3203억원 보다 82.9% 감소했고, 전년동기 4898억원에 비해서도 54%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외환은행 염가매수차익(외환은행을 적정가격보다 싸게 사서 발생한 이익)으로 1조388억원(세후 기준)의 이익을 냈는데 2분기에는 별다른 일회성 요인이 없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시장 기대치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하나은행의 SK C&C 감액손실(660억원)과 태산엘시디평가손실(400억원)등 유가증권 투자손실과 추가 충당금 등 비경상적인 요인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금융은 올해 2분기에 당기순이익 60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금융(4714억원)과 KB금융(5774억원)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44%, 30% 각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부담 증가로 실적 감소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은행권의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는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지주가 1000억원, 우리금융이 약 600억원 추가적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에도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이익 중 하나인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충당금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은행권의 대출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대기업에 편중돼 있었다"면서 "현금이 넘치는 대기업들은 대출을 꺼리고 반면 중소기업들은 신용위험 상승으로 대출을 꺼릴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수익의 파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비용 추가 적립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등 수익 요인이 늘지 않고 이익률이 나빠지고 있어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특히, 하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가계 집단대출 부실에 따른 대손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데다 대출도 막혀 하반기 이후 은행들이 수익을 낼만한 부분은 거의 없다"며 "향후 은행 실적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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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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